“토성 보이는 망원경 사달라고 조르던 꼬마가 이제 우주 신비 밝히러 남극에 갑니다” 부슬부슬 가을비가 내리던 수요일 오후, 우주선(Cosmic Ray)에서 나오는 초고에너지를 연구하기 위해 남극으로 떠나는 박나희(일반대학원 물리학 전공 석·박사 통합 과정)씨를 만났다.

그는 한국·미국·이탈리아 연구진이 참가하는 미 우주항공국(NASA) 프로젝트 'CRIME’(Cosmic Ray Energitics And Mass)의 유일한 한국 대표다. 그가 이번에 연구하는 우주선이란 초신성(갑자기 죽음의 단계에 이른 별)이 폭발하면서 발생하는 에너지로, 지구에 도달한 우주선의 고에너지 성분을 분석하면 우주의 구성 요소 등 구조 파악이 가능하다. 우주선을 분석하는 장치는 ‘탑재체’라는 검출기로, 우리 학교 박일흥·양종만 교수 등이 참여한 연구팀이 기본 구성 요소인 센서부터 독자적으로 만들었다. 박나희씨는 탑재체에서 보내오는 데이터의 분석·관리 업무를 맡았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지난 해 10월 탑재체 성능 실험을 위해 스위스에 갔던 일을 꼽았다. 막상 스위스에 도착해 보니 어디서부터 일을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고 한다. “한국에 계신 교수님께 도와달라는 메일을 보냈더니 교수님께서 직접 스위스로 오셔서 무사히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어요”라며 그 때를 회상했다.

어린시절 박나희씨는 하고 싶은 일은 어떻게든 해내는 아이였다. “어렸을 때부터 별보기를 좋아했죠. 별을 보다 보니 토성 같은 행성도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라며 망원경이 갖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 “비싼지도 모르고 부모님께 망원경을 사달라고 무작정 졸랐더니 결국 달만 크게 보이는 망원경을 사주시더라구요. 제가 고집이 좀 쎄요”라며 웃었다.

남극의 추위에 대한 대비책이 있냐는 질문에 “추위에 많이 약해요. 영하 13도 라는데 꼼짝없이 건물 안에만 있어야 할 것 같아요”라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많은 사람이 노력했는데 그 성과가 자신에게만 집중되는 것 같아 미안하다는 박나희씨는 동료들에게 열심히 하고 돌아오겠다며 “화이팅!”을 외쳤다.

박나희씨는 12일(금) 뉴질랜드로 떠나 방한복을 맞추는 등의 준비를 하고 17일(수) 남극 맥머도 기지에서 50여일 간 연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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