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세계 인터넷 독점 관리
美, 전세계 인터넷 독점 관리
  • 김소연 기자
  • 승인 2004.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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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무성 산하 ‘ICANN’이 인터넷 주소 통제 권한 소유해

인터넷은 정칟경제·사회·문화 등 우리 생활 전반에 깊숙히 침투해 있다. 그런데 만약 한 순간에 인터넷이 마비된다면, 또 그런 권한을 특정 국가나 개인이 갖고 있다면 어떨지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정보화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인터넷 강국’에 합류했다고 자부하는 우리나라는 과연 그런 위험으로부터 안전한지 짚어봤다.

복잡한 인터넷 전산망은 그 범위가 방대하여 무질서하게 보일지 모르나, 사실은 일정한 규칙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운영되고 있다. 인터넷 전산망 관리는 ‘ICANN’이란 미국의 비영리 기구가 맡고 있다. 이 기구는 미국이 세계 최초로 인터넷을 만든 이후 기술 개발을 위해 창설한 연구 단체지만, 국경을 초월해 인터넷 주소를 부여하고 정보를 수정·첨갇삭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또한 인터넷을 이용할 때 반드시 필요한 프로토콜 번호를 지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ICANN은 미 상무성의 허가 없이는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없어 사실상 미국 정부 하에 예속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90년대까지 인터넷 IP주소의 80%가 북미지역에 편중된 점으로도 그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NIDA) ICANN분야 전문 김재연 연구원은 “이라크 전쟁 때, 이라크 지역 인터넷이 외부와 차단된 적이 있었는데 이를 두고 미국 정부가 조종한 것이라 추측하는 전문가들도 있다”며 “전 세계 인터넷 주소를 통제할 수 있는 독점적 권한을 가진 기구가 미국 정부와 긴밀한 관계에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언어를 영어로 공용화한 것도 인터넷 관리가 미국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용이했다.

이와 같은 미국 중심의 인터넷 관리에 반론을 제기하는 기구들도 나타났다. UN 산하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미국의 민간 단체가 전 세계 인터넷 주권을 장악한 것에 반대하며, 각 정부가 인터넷주소 자원 관리에 참여할 수 있게 하자고 주장한다. ITU에는 ICANN 체제에 동의하는 미국과 유럽에 비해 기술·자본력이 뒤지는 중국을 중심으로 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과 같은 개발도상국들이 주로 참여한다. 그 중 중국은 자체적인 도메인을 개발하는 등 ‘중국인들만의 인터넷’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권현준 대외협력팀장은 “중국은 이미 전화번호만 입력해도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을 가동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우리 학교 송희준 교수(행정학 전공)는 “중국이 잠재력은 있지만 내수 시장만 클 뿐”이라며 “ICANN이 이미 강력한 기득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기구들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전망했다.

이외에 인터넷 정책결정수립 과정에서 소외된 개발도상국의 참여를 장려하고 민간단체들의 역할을 존중하자는 취지로 만든 ‘인터넷 거버넌스 워킹그룹(WGIG)’도 있다. 이들은 ‘인터넷 거버넌스’에 대한 정의와 구성원들의 역할 수행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각 정부의 정상회의와 함께 진행된다는 점이 세계 정상들이 기존 인터넷 체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만, 눈에 띄는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각 국가들은 인터넷주소 자원을 전 세계의 공공자산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총괄하는 ICANN이 그들이 갖고 있는 권한을 순순히 내줄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주소 자원은 유비쿼터스 등으로 인터넷이 우리 생활과 더욱 밀접해질 것을 감안할 때 매우 중요한 관리 대상이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부는 지난 3일(수) ‘인터넷주소정책심의위원회’를 발족했다. 일본·대만·중국 등 아시아의 여러 인터넷 이용자들이 개인 자격으로 인터넷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가 뒤늦게 국가 차원으로 전문가 중심의 기구를 만든 것은 안타깝다. 그러나 정보통신부 정보화기획실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 거버넌스는 기술적 문제를 수반해 일반인들의 참여가 어려웠다”며 “학계·시민단체 등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심의 위원들이 일반인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인터넷 강국’이라 자부하는 우리나라도 결과적으로 미국의 한 비영리 단체의 관리를 받고 있다. ‘인터넷 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민간의 협력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