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보사에서 일주일 나기
학보사에서 일주일 나기
  • 윤미로 기자
  • 승인 2004.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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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 지난 주 땀흘려 만든 신문이 정문 가판대 위에 놓여있다. 이화인들의 손이 신문을 지날 때마다 뿌듯하다. 그 기분도 잠시, 이번 주에 제작하는 신문을 위해 기사꺼리를 찾아내야 한다. 평화롭게만 보이는 학교 안에서. 길을 걷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 하면 ‘이건 기사꺼리야!’. 우연히 천장을 바라보니 전선이 보기 싫게 삐져나와 있다. ‘학교의 미관을 흐리다니... 이거야 말로 기사로 써야해!’. 하지만 나도 안다. 이런 사소한 것으론 겨우 3~4줄이면 기사가 끝나버린다는 것을. 월요일이면 나는 이화 동산에서 먹잇감과도 같은 기사꺼리를 찾기 위해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가 된다.

★화요일 : 취재부 부장과 다른 기자들의 도움으로 그럴듯한 기사꺼리를 할당 받았다. 취재를 시작해야 하지만 귀찮다. 오늘은 그냥 친구 만날래!

★수요일 : 오늘은 정말 취재를 시작해야 한다. 취재원에게 전화하기 전에는 언제나 긴장하게 된다. 할 수 있어! 내 자신에게 기운을 북돋아주며 취재를 시작한다.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똑부러지게 말 잘 하는 기자의 모습을 상상하곤 하지만, 막상 통화 연결이 되면 굽신굽신거리며 ‘죄송한데요’, ‘감사합니다’, ‘실례지만’ 이런 말을 연발하는 내 자신이 비참하다. 다른 대학에 전화를 하는데 언제나 그렇듯 A대학은 친절하다. B대학은 퉁명스럽고 뭐 그런걸 다 물어보냐는 듯 애송이 취급하며 전화를 끊어버린다. 화가 치밀어오른다. ‘이런 식으로 학교 행정을 굴리다니 너도 참 한심하고, 너네 학교도 참 걱정이다!’ 이렇게 빽 소리지르고 싶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부탁하는 입장인 것을... 목구멍으로 서러움이 꾸역꾸역 올라오지만 입술을 깨물고 다시 전화번호를 꾹꾹 누른다.

★목요일 : 힘든 것 참아내며 취재를 다 해놨건만 모든 것이 물거품이 돼버렸다. 학보사 성원간 의견 상충으로 때때로 이런 비극이 생기기도 한다. 이번 기사는 지난 주에도 신문에 싣지 못해 이번 주까지 연장 취재를 한 나의 야심작이었는데. '취재하는 동안 어떤 역경을 겪더라도 반드시 기사를 써 만구천 이화인이 읽게 하리라' 그렇게 다짐했건만, 어쩔 수 없이 현실에 굴복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내가 어떻게 한 취재인데. 눈물이 나올 것 같아 화장실로 갔다. 남에게 보이는 눈물은 거울 앞에서도 부끄럽기에 심호흡 한 번 크게 하고 참아냈다.

★금요일 : 어제 깨져버린 기사 때문에 부랴부랴 다른 기사 취재를 시작했다. 저녁이 다 되서야 초고를 쓴다. 다행히 어렵지 않은 기사여서 금방 기사를 써냈다.

★토요일 : 야식을 먹고 나니 어느새 자정이 지나있다. 커다란 책상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동기들과 수다를 떨며 차장 빽을 기다리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 그것도 잠시, 꼬인 문장 하나를 풀기 위해 몇 십분 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 고민하는 시간은 괴롭다. 차장과 부장과 국장순으로 기사 빽을 받고 나면 제목을 지어야 한다. 겨우 10글자로 단어를 조합하는 것일 뿐인데 머리에서는 쥐가 난다. 일간지와 ‘씨네 21’을 뒤적거리며 모방아닌 모방도 해보고, 좋은 것이 생각나면 ‘바로 이거야!’ 하면서 혼자 감동하기도 한다. 철저한 고독의 시간을 갖고도 해결되지 않으면 친구를 찾는다. 고민을 해도 좋은 제목이 안나오면 친구한테 시키기도 하고 때리기도 하고 짜증내기도 하면서 가학의 단계에 접어든다. 제목을 지은 친구들과 나는 부장에게 달려가 어미새에게 먹이를 달라고 짹짹거리는 새끼들처럼 ‘제목 좀 봐주세요!’ 라고 외치며 달라붙는다. 부장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가 “제목 OK!” 라는 시원한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뻥 뚫리는 듯 기분 최고다.

주섬주섬 짐을 챙겨 가정관을 나서면 눈부신 햇빛 때문에 손으로 눈을 가려야 한다. 버스 안에는 주말 나들이를 가려는 듯 예쁘게 차려 입은 사람들과 밤샘으로 인해 다크써클이 가득한 내가 있다. 일주일내내 심신이 지쳤지만 햇빛 가득한 버스 창문을 통해 보이는 나는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