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 아이는 빵을 먹지 않는다던데 된장 좋아하세요?”란 물음에 손사래를 치며 “그럼요. 제 삶의 80%가 된장이에요”라고 답하는 이미선씨(27세).

이미선씨는 3대째 내려오는 가업을 이어 된장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그의 할머니는 1936년부터 장을 담궜고, 아버지도 재래시장에서 도매상을 운영하며 된장을 팔았다. 어렸을 적 이미선씨는 집안 가득히 풍기는 된장 냄새가 너무 싫었다고 한다. 그래서 꿈에도 된장과 관련된 일을 할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다. 물론 할머니와 아버지도 가난을 대물림 해주기 싫어 자식들이 안정된 직장에 다니기를 바랬다.
이렇듯 이씨가 처음부터 된장을 팔겠다는 신념으로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생 때는 정신과 의사가 꿈이었다. 대학시절 심리학을 전공으로 택한 것도 사람의 마음을 치료해 주고픈 마음에서였다. 그는 “심리학은 사람의 마음을 읽는 학문이죠. 비록 의사는 되지 못했지만 소비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으니 큰 도움이 돼요”라고 말한다.

대학시절의 잊지못할 추억에 대해 묻자 어학연수를 꼽았다. 연수를 통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이씨가 연수를 마치고 돌아오니 IMF가 터져 취업문이 좁아졌다고 회상했다. 그러다 문득 집에 쌓여 있는 된장을 팔아도 손해 볼 것은 없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심심풀이로 인터넷 경매사이트 ‘옥션’에 된장을 팔기 시작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월 10만원 미만의 저조한 실적이 월 1백50만원 가량으로 성장했고 ‘옥션 판매왕’이란 타이틀마저 거머쥐게 됐다.

졸업 후 이씨는 아예 된장에 몸을 바치기로 마음먹었다. 전라남도에 공장을 세워 제조허가를 받았다. 혼자서만 하던 배송도 영업 담당을 뒀다. (주)미서니를 창립하고 당당히 젊은 CEO라고 자신을 밝히는 현재, 그의 매출은 월 1천만원에 이른다. 성공비결에 대해 묻자 항상 된장에 대해 생각한다며 “꿈에서도 된장이 보인다”고 답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주)미서니 된장에는 ‘끓이기만 하면 되는 된장’과 같은 아이디어성 제품이 많다. 며칠 전에는 된장에 있는 효소를 이용한 음료 개발을 생각해 대한민국 창업대전에 출품했다.

이제 그는 (주)미서니라는 기업의 CEO가 됐고, 매스컴에도 종종 등장한다. 이씨는 “아마도 제가 청년 취업의 대안격이 아닐까요?” 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에게 있어서 일이란 “젊을 때 열정을 바쳐 타이트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란다. “나중에 여유와 시간을 갖고 싶다면 일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야 해요”라며 “요즘 투잡스 족이 유행이던데 좋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또 가업을 잇는다고 하면 거창한 것으로만 생각하는데 집에 구비돼 있는 것을 이용해 일을 하는 것뿐이라고 전했다.
처음엔 직장생활을 하는 안정적인 삶을 꿈꿨지만, 된장을 판매하며 가업을 잇고 있는 현재에 만족한다는 이미선씨. “다들 청년실업이 심각하다고 하면서도 다른 일자리는 생각지 않고 넥타이 매는 일에 목매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말도 덧붙였다.

할머니는 아직도 손녀가 된장 일을 하는 것을 보며 “애가 탄다”며 말리시지만 그는 된장으로 세계 무대에 진출하는 게 목표다. 그녀가 책임지고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3대의 가업뿐 만이 아니라 우리 맛의 전통이라는 것을 실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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