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윌(1)
4.윌(1)
  • 이수민 통신원
  • 승인 2004.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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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친구 마리가 자신의 남자친구와 또 다른 친구와 넷이서 여행을 가자고 했을 때만해도 나는 내가 겪을 운명을 짐작하지 못했다. Your friend? Is she or he? 라고 물었을 때, 마리는 말했다.

 He.  But dont worry, hes gay.

 “……”

 

가끔 텔레비전을 볼 때, 옆에 있던 누군가가  저 사람은 게이야 혹은레즈비언이야 라고 말해준 적은 있었다. 하지만  Im gay라고 말하는 진짜 게이는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진짜 게이는 어떨까? 어떤 사람일지 호기심도 생겼다.

Okay. I dont care.

 

그 후, 혼돈의 나날은 시작되었다.

그의 이름은 윌.

나이는 스물다섯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비를 버는 평범한 캐나다 대학생이다. 아주 잘생긴 편은 아니지만 웃는 모습이 꽤 귀엽고 애교가 있다. 하지만  섹스 앤 더 시티 에서 주인공의 친구들로 나오는 게이처럼 여성스럽진 않다. 딱 봐서 게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타입은 아닌 거다.

 

처음에는 윌을 게이가 아닌 평범한 남자라고 생각하려 했다. 처음 윌을 만나, 윌이 짐을 실으러 차에 간 사이, 나는 말했다.

He looks so cute.

그러자 마리의 남자친구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Do not like Will too much.  He prefers men.

 

당황스러웠다. 뭐 윌이 너무 귀여워서 그렇게 말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게이를 게이라고 말하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도 게이가 되고 싶어서 게이가 된 건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웃으면서 농담을 해도 괜찮은 걸까? 나는 이번 여행에서 그의 성정체성이 언급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오산이었다.

 

한번은 다같이 바닷가에 간 적이 있었다. 파도를 타며 놀고 있는데, 갑자기 윌이 마리에게 다가가 수영하는 중에 오줌을 쌌다고 말했다. 마리는 화를 내며 윌을 옆에 오지도 못하게 했다. 그러자 윌은 한 술 더 떠 마리에게 껌을 건네며 수영하기 전부터 주머니에 있던 껌인데 먹을 거냐고 말했다. 윌은 마리한테 무척 많이 맞았다. 마리는 외쳤다.

 You gays are jerks!

 

마리가 아무 이유 없이 그렇게 말한 건 아니다. 일전에 마리의 또 다른 게이 친구가 술에 취해 그녀의 방에서 자다가 여기 저기 다니며 오줌을 싸서 소파며 침대가 흥건하게 젖은 일이 있었던 것이다. 마리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가 게이라는 걸 그렇게 가볍게 말해도 괜찮은 걸까? 정작 윌은 낄낄대며 웃고 있었다. 그는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는 걸까?

 

더 큰 문제는 밤에 일어났다.

첫날밤은 무난히 넘어갔다. 마리와 내가 같은 침대를 썼다. 4명이 각각 싱글 베드를 쓰기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에 더블 베드 두 개가 있는 방에서 묵었던 것이다.

나는 당연히 마리와 내가 여행 내내 같이 잘 줄 알았다. 그리고 마리 남자친구와 윌이 같은 침대를 쓸 줄 알았다. 같은 남자끼린데 뭐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하지만 그들은 같이 자지 않았다. 밤이 되자, 너무도 자연스럽게, 마리 남자친구가 바닥에 비닐 매트리스를 깔고, 페달을 밟으며 공기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매트리스가 만들어지자, 마리 남자친구는 침대 위로 올라갔고 윌은 바닥 매트리스에서 잠을 잤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일이었지만, 그날 밤 나는 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문제는 둘째 날 밤부터였다. 더블 베드 두 개가 있는 방을 찾지 못해 더블 베드 하나에 작은 간이 침대가 있는 방에서 묵었는데, 윌이 오늘은 절대 바닥에서 자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마리 남자친구는 윌과 같은 침대를 쓸 수 없고, 마리는 남자친구가 있는데 윌과 같은 침대를 쓸 이유가 없다. 그렇다고 윌이 혼자 큰 침대를 쓰는 건 어딘가 불공평하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은 하나. 마리는 말했다.

Okay. So, if you dont mind to sleep with Soo-min, you can use the bed.

윌은 잠시 내 눈치를 보더니, 상관없다고 했다.

What about you, Soo-min? You dont mind?

다른 선택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들었다.

No problem.

 

그리하여 나는 이불도 하나뿐인 더블 베드에서 윌과 같이 잠을 자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