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표현하는 것은 매일 아침 어떤 옷을 입을 지 고민하는 것처럼 일상적인 일이다. 걸음걸이·글씨·말투·행동·버릇 등에서도 무의식 중에 자신이 드러나며, 일기나 시·소설·그림·사진 등을 통해서는 이보다 한 차원 높은 자기 표현이 가능하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을 구성하는 자기표현을 현대적 감각에 맞춰 맛깔스럽게 차려놓는 방법은 없을까. 나를 완전히 노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나를 보여 줄 수 있는, 기존의 표현방식과는 다른 무엇은 없는 것일까. 주변의 캐릭터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자. 나의 분신과 같은 그 캐릭터들이 해답이 돼줄 수 있을 것이다.
캐릭터가 등장했을 당시, 사람들은 단순히 캐릭터를 좋아하고 그 캐릭터 상품을 사는 것으로 애정을 표현했다. 이는 매우 소극적인 자기 표현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코스프레·아바타·만화일기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기를 표현하고 있다.

▶코스프레
1995년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코스프레는 캐릭터로 자신을 표현하는 시초가 됐다. 코스프레(cospre)는 복장(코스튬 costume)과 놀이(플레이 play)의 합성어로, 만화와 게임 캐릭터를 친구 삼아 성장한 ‘캐릭터 세대’의 대표적인 문화로 여겨진다.
초창기 코스프레는 자기가 사랑하는 만화나 게임의 캐릭터를 모방하는 취미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그 활동 영역이 넓어지면서 코스프레는 모방의 수준을 넘어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창작의 단계로 들어섰다. 중앙대 김상훈(민속학과·2)씨는 “코스프레 캐릭터들은 비일상적이거나 비정상적인 것이 많다”며 “다른 사람에게 튀어 보이려는 하나의 표현 방법이지만, 이것은 자기 표현이나 또 다른 자신의 일탈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바타
오프라인 상에서 캐릭터로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은 직접적인 반면 단편적이다. 그렇다면 온라인 상에서 캐릭터로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과 경향은 어떨까.
가상 공간에서 자신의 분신을 의미하는 아바타(avata)는 사이버 공간에서 사용자 역할을 대신한다. 과거 네티즌들은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에 매료돼 자신의 의견을 서슴없이 표출했다. 하지만 익명성은 사이버 공간에서 자아에 대한 정체성을 잃게 했다. 이에 자신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생겨났고 그 공백을 채워주는 아바타가 등장했다.
초기에 아바타는 게임이나 채팅사이트에서 모든 이용자에게 획일적으로 제공됐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자신을 표현하는데 한계를 느꼈고, 곧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아바타가 출현했다. 요즘에는 자신의 아바타 종류를 고를 수 있고 표정이나 옷도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싸이월드(www.cyworld.com)의 경우 아바타에 자신의 감정까지 표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만화일기
온라인 상의 캐릭터를 이용한 자기 표현은 아바타 뿐만이 아니다. 자신을 캐릭터화 해 일기를 쓰는 사람들도 있다. 마린블루스·마피·나인위크·스노우캣·이다·제이 등은 자신의 캐릭터를 이용해 그린 만화 일기를 각자의 홈피에 올린다. 정한별(22세)씨는 개인 홈페이지(www.2daplay.net)를 통해 자신의 독특한 캐릭터를 이용한 일기를 업데이트하고, 이를 엮어 ‘이다의 허접질’이란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미술을 전공하진 않지만 그림이 좋아서 이다의 허접질을 시작했다”는 정한별씨. 그의 홈페이지 게시물 조회 수는 4000회가 넘는다.
코스프레·아바타·만화일기 등 자신을 캐릭터화 해 드러내려는 최근 흐름에 대해 우리 학교 최유미 교수(시각디자인 전공)는 “그 동안 네티즌들은 ID란 익명성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캐릭터의 경우 자신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으면서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이점을 가지고 있어, 온라인 상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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