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135분

에밀 쿠스트리차의 환상과 마술은 현재의 고통을 잊는 수단인 동시에, 변하지 않는 현실을 상기시켜 주는 역설적인 상징이 된다. 그래서 그가 만든 영화의 마술과 환상은 현실과 동떨어져서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의 영화에 나오는 마술과 환상 그리고 사람들의 우스꽝스런 행동과 상황에 맞지 않는 익살스러운 대화는, 현실을 차라리 잊고 싶어 하는 감독과 그의 고향 유고의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스탈린주의와 전후 50년대에 나타난 수정주의인 유고슬라비아의 독립주의 사이를 적응해 살아가기 힘든 상황 하에 정치적인 수감이 늘어난다. 노동성의 간부인, 주인공 소년 말리크의 아빠는 바람둥이이다. 정치적인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축구와 섹스에만 몰두하는 그가 너무나 비정치적인 발언으로 정치적인 혐의를 받게 돼 감옥에 가는 상황은 희화적이기 까지 하다.

이런 아빠의 ‘출장’ 은 주인공 소년 말리크에게는 견딜 수 없는 하나의 충격이다. 이유는 모르지만 아빠의 부재는 가족의 일시적인 해체이고 동시에 힘든 경제적인 결핍을 가져오기에, 말리크는 자신이 가진 가족의 따뜻함과 인간미도 함께 ‘출장’ 을 가고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게 된다. 말리크의 몽유병은 바로 이 시기에 일어나고 그의 몽유병은 가족으로 하여금 애착과 보살핌이라는 인간성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 된다.

에밀쿠스트리차 감독의 영화에 절대 빠지지 않는 결혼식 장면에서, 말리크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다. ‘의식과 만찬’ 안에서 사람들은 현실을 잊고 잠시 신비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그 안에서도 구구절절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숨어있음을, 다들 말할 수 없기에 참고 있음을 우린 말리크의 공상 세계 이면에 담긴 진실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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