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노수석 열사가 외쳤던 "교육재정 확보와 대선자금 공개"가 죽어야 할 만큼 문제가 되고 금기시되는 것이라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당시의 상황을 보면, 노수석 열사는 종로에서 경찰의 토끼몰이식의 진압에 의하여 구타와 가격을 당한 후, 1시30분 가량을 빗속을 극도의 공포속에서 쫓겨다녔다.

얼마전 소위 "진보인사"라 불리는 분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물론 후배의 취재에 동행한 자리였지만 난 평소 궁금해하던 질문을 던졌다.

"요즘 대학생들은 취직준비로 사회에 너무 무관심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학생이라면 마땅히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사회모순에 문제제기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그러자 그는 "학생운동이 우리나라 민주화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꼭 학생들이 사회에 참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버리십시오"라며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난 순간 너무나 화가 났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나또한 고등학교 때까지 TV속의 대학생들을 보며 "왜 시위를 하는 거지? 도대체 뭐가 문제지? 난 대학에 가면 공부만 할꺼야"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대학, 아니 학보사 입사한 후 내가 접한 세상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정말 딴판이었다.

"교육재정 확보와 대선자금 공개"를 외치다 경찰의 폭력적 진압에 외롭게 죽어간 노수석 열사,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골리앗에서 죽어간 박순덕 열사, 노동법 개악을 저지하기 위해 단식농성하던 노동자들. 난 이들을 보며 세상이 그리 살기 좋은 곳만도, TV에서 떠들어대듯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고 있는 것만도 아니라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다.

그리고 좌욱한 최루탄 연기를 들이마쉬며 무조건 앞만 보고 뛰어야 했던 현장에서 아직 우리사회에서는 바꿔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대학생을 비롯해 소위 "지식인"이라 불리는 많은 사람들은 더 이상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오히려 "살기 좋아졌는데 왜들 난리냐"고 반문할 뿐이다.

마치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말을 반영하듯. 하지만 기업의 무차별적인 정리해고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사람들을 보며, 50여년을 외롭게 투쟁하고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보며, 심각한 환경파괴로 생존권을 위협받는 사람들을 보며, 이 사회가 살만한 곳이라고 어느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이제 나에게 근심어린 충고를 해준 취재원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아직도 이 사회는 "열사"를 필요로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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