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날개를 다는 사람들’ 운영자 차우진씨 인터뷰

영화 ‘세렌디피티’의 ‘사라’는 자신의 연락처를 적은 고서적을 팔면서 그 책이 남자 주인공 ‘조나단’에게 전해지면 인연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한다.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도 책을 통해 다른 이들과의 인연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의 책에 ‘데려가 주세요, 여행 중인 책입니다’라고 적힌 북카드를 붙이고 지하철·공원 벤치 등 공공장소에 책을 놓고 온다. 자신이 읽은 책의 감동이 누군가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장에 갇힌 책을 해방시키는 사람들. 온라인 카페 ‘책에 날개를 다는 사람들(cafe.naver.com/crossingbook)’을 운영하는 차우진(서울시 강서구·30세)씨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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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크로싱’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지난 겨울 외국의 ‘북크로싱’에 대한 기사를 보고 흥미를 가지게 됐다. 그 후 술자리에서 ‘이런 운동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해보면 어떨까’하는 얘기를 하다가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모임을 만들었다. 특별히 준비한 것도 없이 무작정 카페부터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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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크로싱’이 가지는 의미는.
일간지에서는 ‘나눔을 통해 타인과 소통한다’·‘책을 통한 정보공유’등 멋진 말을 많이 쓰더라(웃음). 하지만 나는 책장에 갇힌 책을 풀어주는 일을 거창하게 ‘문화운동’이라고 규정하기 보다 하나의 ‘놀이’라고 부르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고 ‘좋은 일을 하면서 즐길 수 있는 놀이’가 됐으면 한다. 다른 것도 있는데 왜 하필 책이냐고 묻는 사람들도 많다. 우선 책은 다른 것보다 들고 다니기 편하다. 또 사람들은 ‘날개를 달아줄’ 책을 찾으면서 그 책을 읽을 때 발견했던 감동적인 문구나 책에 담긴 교훈들을 떠올린다. 그렇게 의미를 부여한 책을 먼지 쌓인 책장에서 꺼내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책에 날개를 다는 사람들’과 같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된 문화운동은 어떤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인터넷을 통하면 모임에 접근하기 쉬우면서 빠르게 활성화되는 장점이 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돈도 적게 든다. 그러나 일시적인 활동에 그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온라인의 부족함을 오프라인에서 받쳐줘 그 벌어진 틈을 메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모임의 경우는 그 간극을 ‘책’이라는 매개로 연결해 오프라인에서 나눔장터를 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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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운영하면서 생긴 에피소드가 있다면.
카페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이모티콘을 많이 쓴 통신체의 글을 자주 올렸다. 나이가 많은 다른 회원들이 이를 자제해 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어떤 친구인지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초등학교 3학년이어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또 책을 놓아 두러 나갔는데 쑥스러워서 도로 집으로 가져 온 사람도 있고 책을 놓고 가려는데 “학생 책 챙겨가야지”라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무안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단순히 책을 돌려보자는 것을 넘어 추구하는 것이 있다면.
이 활동을 하다보니 책보다 사람들과의 관계,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이 소외감을 많이 느끼는데 책이 이를 희석시키는 훌륭한 매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이 전자책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책은 수천년 동안 가장 큰 힘을 가진 미디어였고 지금도 그렇다. 책은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활자문화 이외의 다른 것들과 공존하는 것이다. 책에 날개를 다는 것은 공존의 초보적인 단계라고 생각한다. 책에 날개를 다는 일에 관심이 있다면 “지금 현재 당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시작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북크로싱(bookcrossing)’
운동이란?
2001년 3월 미국의 론 혼베이커(Ron Hornbaker)에 의해 시작된 이 운동은 읽기(Read), 쓰기(Register), 양도(Release) 등 ‘3R’을 모토로 하는 ‘책 돌려보기’ 운동이다.
자신이 재미있게 읽은 책의 표지나 속지에 책 소개글과 이 활동의 취지를 적은 뒤 공공장소에 두면, 책을 습득한 사람이 그 메시지에 따라 책을 읽고 다른 사람에게 넘긴다. 단순히 아는 사람끼리의 책 돌려보기가 아니라, 오로지 우연에 기대 누군가에게 책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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