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시간이 무려 30분이나 남은 시간에 지하철 역에서부터 달려가는 이화인이 있다면 십중팔구 공대생이다.

“공대 다니면 달리기를 잘하게 되요”라며 웃는 정원경(정통·2)씨. 등교길이 아무리 멀고 험해도 공대에 한번 와보면 털털한 공대생만의 여유를 알 수 있단다.

­공대에서 다른 수업을 들으러 갈 때 힘들지 않나? =당연히 힘들다.

이번 학기는 심지어 공대­포관­공대 연강 수업이 있어 걱정이다.

교수님들이 5분 정도 지각하는 것까지는 이해해 준다고 하지만 이동하다보면 힘이 빠져서 수업 시간에 졸릴 때도 있다.

주제통합형 교과목이나 다른 수업을 듣고 싶어도 거리가 멀어서 포기하는 공대생이 많은데, 지름길로 다니다 보면 익숙해져서 다닐 만 하다.

­다른 건물 수업을 들으러 갈 때 이용하는 지름길을 알려달라. =공대로 가는 방법 중에 공대생이 많이 이용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가장 편하게 가는 방법은 포관 지하에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4층에 내려서 종합과학관으로 간 다음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서 내려 걸어가는 방법이다.

내리막길이라 힘들이지 않고 갈 수 있지만 쉬는 시간에는 사람이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시간이 없을 땐 힘이 상당히 들지만 그냥 언덕길을 넘어가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언덕길에 단련된 공대생만이 주로 이용한다.

마지막으로 후문으로 나가서 금란고등학교를 지나 공대 쪽문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

학교 안에서 건물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가끔 공대가 학교 안에 있긴 있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는데 ‘고립되고 삭막한 공대’라는 이미지는 진실과 다르다고 알려주고 싶다.

­거리가 멀어 공대생들의 불만이나 일화가 많을 것 같은데? =다른 이화인들이 들으면 웃을지도 모르겠지만 공대생들끼리는 등교시간 기록 단축 시합을 하기도 한다.

정문에서부터 걸어서 8분만에 공대에 도착한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심지어 공대는 떨어져 있어서 핸드폰 지역할인 요금제도를 신청해도 적용이 안된다는 말도 있다.

그래서 ‘우린 이대에 다니는 것이 아니라 이화공과전문대학에 다닌다’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이런 공대생에게 셔틀버스는 ‘로망’이다.

가정관에서 공대까지만 셔틀버스를 운행해도 행복할 것 같다.

­공대에서 생활한 소감은? =처음 공대에 왔을 때는 공대가 소외된 것만 같고 학부제라 소속감도 적어서 걱정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대 사람들도 좋아지고 다른 건물들에 비해 공대가 한산하고 여유로운 게 맘에 들기 시작했다.

차도 적게 다니고, 날씨가 더 따뜻해지면 공대로 향하는 길에 꽃도 많이 펴서 걷기에 딱 좋다.

예쁘고 한산한 공대 가는길, 졸업하기 전에 다들 한 번쯤은 와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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