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70년대, 그땐 그랬지 - 과거 기사

      2. 지금 이대 앞의 모습은? - 현재 진단

      3. 미래의 모습을 꿈꾼다 - 가상 기사

귀금속 매장­빠스­스타샷­로즈버드­바디샵­스타벅스… 학교로 향하는 길에는 70년대의 낭만이 아닌, 2000년대의 화려함과 북적거림이 이화 앞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사람이 있다. 전단지를 나눠주는 아주머니, 교복입은 중고생, 강한 비트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헤드폰을 낀 힙합 보이, 바삐 걷는 한 무리의 이화인이 지하철역에서 쏟아져 나온다. 이대 앞 거리를 채우는 사람들은 이제 더이상 이화인만이 아니다. 제각각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이대 앞 거리를 찾는다. 그들이 오가는 이대 앞 거리와 이대는 함께 맞닿아 있지만 상업화라는 변화 앞에서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지역 주민

 ‘교통만 해결되면 지역 개발은 환영’ 학교 앞에서 26년째 살고 있다는 두산 아파트 주민 남궁순옥(39)씨는 “이 지역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해 가고 있는 것 같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대 앞 거리는 유흥 업소가 적고 점차적으로 거리가 정비되고 있어 깔끔하고 편리하다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다. 지역 주민에게 이대 앞은 거주 공간에 편의를 더해주는 공간이며, 교통 문제만 해결된다면 지역 개발은 당연히 ‘환영할 일’이라는 반응이다. 주민들은 상업적인 요소라도 지역이 발전한다면 모두에게 좋은 것이 아닌지 반문한다.

상인

 ‘지역 경제의 활성화가 곧 우리가 살 길’ 학교 앞 바디샵 관계자는 “이대생도 우리의 고객 중 일부이긴 하지만 이대와 이대 앞 거리는 별개다”라고 지적한다. 상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지역이 활성화 된다면 유동 인구가 많아지고 매출이 상승하기 때문에 상인들에겐 이대 앞 거리가 ‘대학 앞’이라는 것은 중요치 않다.

지난 해 한창 논란이 많았던 이대역에서 정문 방향으로 왼쪽 두 번째 블럭에 추진되는 ‘호원당 지구’ 재개발 역시 마찬가지다. 이화인들이 교육환경의 수호를 이유로 반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조합에 의해 이미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에 있다. 13층의 주상복합건물과 공원으로 조성되는 재개발 공사는 빠르면 내년 상반기 이전에 시작될 예정이다.

이화인

‘상업화는 곧 이화의 이미지 훼손’ 학교 앞 거리에 대한 이화인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등·하교길이면 학교 앞 길은 사람을 헤치고 다녀야 할 정도로 혼잡한데다 비좁은 길에는 노점상이 가득 들어서 있다. 또 몇 달에 한 번씩 상점이 없어지고 새로 생기는 현상이 반복돼 어디선가 끊임없이 들리는 공사 소리로 시끄럽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몇 되지도 않는 대학생을 위한 공간이 경제논리에 밀려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 앞 거리를 미용실과 옷가게가 대부분 차지하게 되면서 이화인은 이대가 ‘챠밍 스쿨’이라 불리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이화인에겐 ‘지역 경제의 활성화’는 곧 ‘이화의 이미지 훼손’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상업화를 걱정하는 이화인의 반대 이유도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단순히 “학교 앞에 서점도 하나 없으니 민망하고 욕먹을까봐”라는 이유, 혹은 “물가가 비싸고 사람이 북적거려 짜증나서”라는 이유라면 그것이 우리의 교육 환경 수호라는 부분에 대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이화인이라면 학교와 맞닿아 있는 ‘우리 학교 앞의 거리’에 대해 얼마만큼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대학생 문화를 어떻게 존속시키려 하는지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런지. 더이상 이대 앞은 이화인만의 거리가 아님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화인도 그 거리 안에서 지역 주민·상인과 함께 생활해가는 ‘주체’라는 면에서 이젠 함께 고민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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