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 1대0 패배, 오만 전 3대1 패배. 두 경기의 결과를 들은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해 5대0 감독이라는 오명을 달았던 히딩크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어김없이 코엘류 감독의 경질안을 들고 나왔다.

그들은 정말 감독만 바뀌면 대표팀이 ‘슛돌이’가 된다고 믿는 것일까. 일이 잘못되면 무조건 ‘남의 탓’으로 돌리는 칭얼거림과 ‘너 나가’식의 무대뽀만 있을 뿐, 도대체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의지나 대책은 없다.

감독이라는 자리가 자리인만큼 부진한 실적에 대해 비판이 가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의 무능과 차세대 스트라이커의 부재 등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을 모색하는 생산적인 비판으로 발전하지 못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시스템은 내버려둔 채 감독만 갈아치우는 것은 한 개인을 향한 분풀이식 비난에 그칠 뿐이다.

축구사회에서 보여진 대책없는 비난은 실망스럽게도 얼마 전 이화에서도 목격됐다.

총학생회 대동제 자금사태를 둘러싼 총학 개개인을 향한 비난과 ‘물러나라’는 요구는 맹렬했다.

그러나 총학 자금난의 고질적 문제, 외부 상업주의와의 타협 수위 등 총학이라는 구조가 갖고있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목소리가 없긴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익명성을 무기로 인신공격과 성적 희롱을 서슴지 않던 사이버 테러가 더해지기까지 했다.

어쨌든 그 결과 의무와 권리를 박탈당한 총학은 현재 2학기 주력사업인 중선관위 자격을 내놓은 채 그야말로 죽어지낸다.

중선관위 역할은 중운위가 떠안았다지만 그외 다른 문제들은 누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화를 둘러싼 문제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개인에게 쏟아진 공격성 비난은 대학사회의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대표적 시스템인 총학의 작동마저 멈추게 만들었다.

당장 학교 앞에는 WaWa 대형쇼핑몰이 들어서고, 이대 앞을 헤어특구로 지정한다는 ‘경축’ 플랭카드가 펄럭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불러올 학교 앞 상업화 바람에 맞붙을 목소리는 이화인들의 신경질적인 비난에 숨죽인 총학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WaWa 쇼핑몰이 완공되기 전에, 이대 앞 거리가 미용의 거리로 바뀌기 전에 누군가 제동을 걸어야 한다.

싫든 좋든 지금까지는 그런 제동의 중심엔 총학이 있었다.

아직 그를 대신할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총학은 적어도 지금의 역할엔 충실해 주길 바란다.

만약 그들이 총학 시스템을 재가동한다면, 비판과 대안이 죽어버린 신경질적 비난의 목소리는 이화의 목구멍 밖으로 다시 나오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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