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획의 주제는‘휴학’. 학보사 생활로 정신 없이 365일을 내달리고 나니 그 누구보다도 휴학이 절실하다.

비록 기사에서는 계획성 있는 휴학을 해야한다고 실컷 떠들어댔지만 내 머릿속에도 ‘휴학’만 있었지 ‘계획’은 없었노라고 고백하는 바이다.

솔직히 마감의 압박 속에서 기사를 무사히 통과시킨 지금까지도 ‘아무 생각 없이 말 그대로 쉬면 그 자체로 의미 있고 뭔가 건지는 것 아니냐’고 끊임없이 나 자신을 합리화하고 있다.

그러나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저리 말할 수는 없는 노릇아니겠는가. 이에 계획에 앞서 휴학의 당위성을 세워야한다는 압박이 밀려왔다.

그래, 그 당위성이나 한번 세워보자! 하나. 내 머릿속이 ‘쉬고싶다’로 가득 차 있다는 것. 다소 과장해서 나는 ‘게으름의 미덕’을 최고가치로 삼고, ‘다래팬더’나 ‘귀차니즘’ 등의 등장을 두 손들고 반기던 인간이다.

이런 내가 ‘빨리빨리’가 생명인 학보사에서 목숨부지하려니 좀 피곤할까. 이것이 나로서는 제일 절박한 이유지만 어머니껜 안 통할 듯. 그래서 다시 하나. 언젠가부터 잊고있던 학생이라는 본분을 되찾을 시간이 필요하다.

학보사 임기가 끝나면 3학년 2학기. 다른 친구들은 졸업 준비와 나아가 취업준비로 한창 바쁠 것이다.

허나 나는 4학기 동안 학보사 기자라는 ‘미션임파시블’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자∼이제 공부나 해볼까”라는 생각이 언뜻 스칠 시점이란 말이다.

갑작스럽게 기자에서 전업학생으로 나의 정체성이 물리적인 변화를 겪게될 터인데 그 혼란을 온전히 받아낼 자신이 없다.

일단 휴학기간 동안 내가 학생임을 다시 상기시켜야 한다.

학보를 손에 들고 빨간 볼펜으로 줄을 그어대는 습관이 완벽히 사라진다면 비로소 나는 학생일 뿐임을 깨달으리라. 둘. 내가 학생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면 이젠 성적에 대해 살짝 고개를 돌려야한다.

‘학보사 일이 본업이요 수업은 부업이요 공부는 취미’라는 말이 학보사 기자들 사이에서의 우습지도 않은 유머다.

때문에 성적은 바닥이다 못해 땅을 파고 들어가 다시 빛을 보기엔 너무 멀리간 상황. 일단 이 점수들이 햇볕의 끝자락에라도 매달릴 수 있도록 나만의 보충 수업이 필요하다.

셋. 건강상의 적신호를 청신호로 돌려놔야 한다.

힘들면 살이 빠져야지 왜 찌는지…학보사 미스테리 중에 하나다.

원체 튼실한 몸을 더 불려놨으니 일단 살을 빼야할 것. 그리고 학보사 전 성원의 공통질환, 만성 위장염 때문에 헐어버린 오장을 달래준 후 그간 미뤄둔 치과진료도 마저하고, 운동도 다시 시작해야된다.

인간답게 살아야한단 말이다.

넷. 도대체가 2박3일 이상 여행 가본지가 언젠지…대학 때 아님 못한다는 배낭여행 기필코 가리라. 취재하면 만난 휴학생들은 하나같이 이야기한다.

“휴학의 이유는 다 제각각이겠지만 꼭 철저히 계획을 세워야해요” 참 뻔한 충고지만 휴학의 당위성을 쭉 열거하다보니 위 말은 진리임이 판명됐다.

내가 휴학을 하고자 하는 이유는 학보사 기자에서 학생으로의 변화에 앞서 안전과 완벽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공부도 해야겠고, 운동도 해야겠고, 여행도 해야겠고’로 정리된다.

여느 휴학생들의 경우와 맥빠질 정도로 다를게 없다.

학보사라는 특수한 공간이 얽혀있기에 나의 휴학의 이유엔 뭔가 특별한게 있을줄 알았는데 말이다.

분명 나도 공부와 운동, 그리고 여행이라는 뜬구름만 잡을 채 휴학을 맞았을게 뻔하다.

하루종일 할 일 없이 방 바닥을 뒹굴대던 날의 무료함과 허무함을 떠올려본다.

문득 ‘휴학’ 란 단어에서 지나치게 ‘휴(休)’자 만을 쫓았다는 생각이 든다.

뒤에 ‘학(學)’자는 무시해버리니깐 휴학은 무조건 쉬는 것이라고 생각해버렸단 말이다.

단지 학업, 즉 학교에서의 배움을 쉰다는 것뿐인데, 마치 내 삶의 모든 ‘할 것’들까지도 손을 놓아도되는 것으로 착각해버렸다.

학교를 안가는 대신 그 반대급부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얻어내는 악착같은 휴학을 위해 계획, 그것을 세워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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