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5월 메이데이 축제기간동안 중강당에서는 법정대학생들의 주최로 제1회 이화민국 모의국회가 열리고 있었다.

상정된 안건 중의 하나는 여성부 설치에 관한 법률안이었다.

의원 역할을 맡은 학생들의 준비된 제안설명과 찬반토론에 이어 당일날 자발적으로 의원석에 자리한 남녀학생들의 기립투표로 표결이 이루어졌다.

상정된 안건은 2/3정도의 참석자들이 반대의사를 표명함으로써 부결되었다.

이 땅에 최초로 여성부를 설치하려는 시도가 좌절되는 순간이었다.

많은 학생들이 표결결과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3월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다.

이화민국 모의국회에서 여성부 신설안이 폐기된 지 20년만에 실제로 여성부가 탄생된 시점이기에 세계여성의 날을 맡는 감회가 새롭다.

세계여성의 날은 1957년과 1908년에 미국의 섬유, 봉제 산업 여성 노동자들이 근로여성의 노동조건 개선과 여성의 지위향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1910년 기최된 제 2차 여성운동가 대회에서 지정되었다.

세계 여성의 날은 사실상 여성노동자들이 백인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전국 여성선거권 운동연맹과의 결별을 선언하는 의미를 지닌다.

세계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이화인은 중산층 여성과 여성 노동자의 연대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중산층 여성일수록 여성부 설치나 적극적조치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낸다.

본교 입학면접 시험에서도 상당수의 수험생들이 여성할당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취한다.

여성을 특별히 보호하는 조치는 남성을 역차별하고, 경쟁력있는 여성을 오히려 열등한 인간으로 만단다는 것이 반대 이유다.

소수 성공한 여성은 여성도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남성들이 만들어낸 신화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 조치에 강한 반대입장을 견지함으로써 저소득층, 소외계층 여성의 처지를 더욱 어렵게 한다.

여성부설치가 최고 통치권자의 강한 의지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여성계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는 점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특히 초대 한명숙 여성부장관이 저소득층 소외계층 여성을 위해 일하겠다고 밝힌 취임사는 93번째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던진 우리의 질문에 많은 답변을 시사하고 있다.

한명숙 장관의 포부가 좋은 결실을 맺음으로써 소외계층 여성과 제3세계 여성을 아우르며 함께 가는 이화정신이 더욱 고귀하게 빛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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