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맛깔스럽게 하면 듣는 이도 즐겁게 빠져들고, 머리 속에 남는 여운도 꽤 잔잔할 수 잇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편안하게 다가선다.

역사는 지나간 사람들이 남긴 삶의 궤적을 통해서 우리의 삶을 반추해보고 어떠한 삶을 살 수 잇는가하는 짧지만 쉽지 않은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거울과 같다.

그러나 숱한 왕조의 명멸과 문화의 편린을 편년체로 나열한 항목 속에서는 역사의 향기를 천천히 음미하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이런 점에서 서양의 역사학자가 아닌 저자의 시각이 우리에게 더 와 닿을 수 있고 정서적인 공유를 편안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이책의 큰 장점이기도 하다.

교과서 속에 단지 몇 줄로 서술돼 있는 로마인의 이야기를 역사적인 근거들을 토대로 로마인의 삶으로 재구성함은 물론 다양한 신화·소설·시문·극작품 등을 통해서 사료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상상으로 넘겨볼 것을 제안하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로마의 성립, 한니발과의 전쟁, 카이사르의 등장과 같은 800여 년의 정치적인 격동을 물흐르듯 기술하는 것은 어느 이야기보다 흥미진진할 수 있다.

일부 지도자들에 의한 연대기적인 관찰은 민중의 삶을 통해 지난 일을 같이 호흡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불만일 수도 있겠으나, 이를 역사 서술의 한계일 수도 있다고 인정 하면 그런대로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세제의 성립과 변화과정, 지역간·계층간의 세금균등배분, 관세문제, 산업 구성의 재배치, 사회간접자본으로서의 물류 시설의 확충 등 현재 우리가 배워야 할 바가 큰 경제·사회정책의 수립과 시행이 2000년전에 이루어졌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민족 국가이며 다신교를 가진 로마가 각 민족 마다의 다양한 문화와 사회체계를 인정하고 단일체제 내에 공존시키고 공영할 수 있는 기술은 단순히 정략적인 책모(謨)나 대증적인 임시방편마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고도의 통치작업이라고 밖에는 달리 이야기할 수 없다.

원로원, 민회, 최고통치자 간의 절묘한 권력분점과 균형, 민의 반영을 위한 민회, 호민관 설치·운영 등은 후대의 변질과정을 감안하더라도 저자가 적시한 바와 같이 당시의 그리스보다 더 민주적인 정치형태이다.

이런 로마인의 지혜는 “우리는 우리가 보고싶어하는 것만 본다.

”는 카이사르의 말과 같이 우리의 삶 조차도 우리의 좁은 틀에서만 보고있지 않나 하는 우려와 함께, 반도 국가를 무대로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우리의 상황을 되새기고 앞일을 생각하는데 큰 거울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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