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받고 싶은 상이었어요. 청룡영화제에서 탄 신인상보다 더 욕심이 나는 상이었죠. 영화 '박하사탕'은 제 평생 대표작이었으면 할 정도로 애착이 가는 영화거든요" 영화배우 김여진씨(독문·95년 졸)는 제37회 대종상 영화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너무나 간절히 원해서였을까? 막상 수상소감을 말할 땐 글썽이는 눔물을 감추며 "정말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그녀는 배우의 이야기를 다룬 만화책 유리가면을 너무 좋아해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서른번은 족히 읽었단다.

그렇다고 어릴적부터 꿈이 배우였던 것을 아니다.

"어려서는 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고등학교 때 친구와 전혜린 소설에 빠져 대학은 독문과에 들어갔어요. 그러나 막상 대학에 들어가서는 사회과학 학회활동에 열심이었고 빈민, 철거민들과 함께 4년을 보냈죠." 대학 졸업 후 연극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보고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그녀를 배우의 길로 이끌었다.

그녀가 걸어온 길을 따라오다 보니 배우가 되기까지 운이 좋았다는 생각도 든다.

우련한 기회로 연기를 시작해 척번째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로는 신인상을, 두번째 영화 '박하사탕'으로는 여우조연상까지 거머쥐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녀에게 홍자역은 절로 온 기회가 아니었다.

'박하사탕' 시나리오를 보고 매 장면이 인상적인 평벙한 주부 홍자역이 너무나 망에 들어 이창동 감독에게 매일 전화를 했고 결국 오디션을 봐서 그 역을 따냈다.

또 드라마 '여비서'에서는 5분도 안되는 러시아어 장면을 완벽히 해내기 위해 대본을 받을 날부터 문법은물론이고 러시아인을 따라다니며 발음까지 연습한 결과 특별게스트가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었다.

그녀의 이런 면을 알고 나면 그저 운이 좋았다는 말보다 99%의 노력과 1%의 행운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듯하다.

"저는 나쁘게 말하면 변덕이 심하고 좋게 말하면 열정적이에요. 그러나 저도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항상 망설여져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우너하는 것을 선택하고 그것을 믿는 거라고 생각해요"라며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녀는 지금도 틈틈이 영어공부를 하고 여성학 책도 읽는다.

"현재 배우로서 만족하고 연기를 계속하고 싶지만 요즘 동시통역사라는 직업이 눈에 들어오네요"라며 다시 독일어 공부를 해볼까 생각 중이라고 살짝 귀띔한다.

그녀는 지금도 청바지에 티를 입고 학교에 자주 온다.

다행히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해 자유롭게 산택도 하고 도서관에 가서 책도 빌려볼 수 있단다.

학교 근처 만화방에서 김여진씨와 닮은 사람이 열심히 유리가면을 읽고 있다면 한번 다가가 인사해보자. 아마도 까만 눈동자 안에 자기만의 세상을 담은 눈으로 웃으며 "안녕하세요"라고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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