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히려 IMF가 좋아. 나만 취직 안되면 창피할텐데 일류대학생이건 아니건, 학점이 좋은 사람이건 아니건 간에 다같이 백수니 맘 편하고 얼마나 좋아?”4학년인 지금 불투명한 미래때문에휴학중인 선배가 하는 농담이 차라리 더 처절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인턴사원이라는 명목아래 35만∼45만원의 박봉으로 온갖 잡무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채용보장도 없는 현실을 견뎌내고 있는 사람, 재정적인 여력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연령제한에 걸리지 않기 위해 하겁에 별다른 뜻이 없더라도 대학원에 가야만 하는 사람. 아직 졸업을 하지 않은 예비졸업생들의 경우 그래도 실날같은 희망을 가지고 오늘도 도서관에서 밤늦도록 토익공부와 제2외국어공부 등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연일 들려오는 대졸 미취업자들을 둘러싼 갖가지 소식들은 우울하기만 하다.

신규채용을 할 여력이 없는 대기업들의 불참으로 그동안 취업난에서는 항상 열의로 인식돼왔던 서울대의 취업박람회마저 무산됐다느니, 취업에 안달이 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자리를 준다는 것을 미끼삼아 차값·밥값을 뜯어내는 신종 사기행각을 조심하라느니 아직도 80%가량이 취업을 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 한다는 명문대생들에게 ‘더이상 일류대의 프리미엄에 안주해선 안된다’라는 경고성 신문기사까지. 이렇듯 대학을 졸업하고도 무더기로 백수가 되는 사태의 원인을 우리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사회가 요구한대로 오직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쏟아부었던 12년간, 그리고 대학에 입학하고 난 후 보통 가저이라면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뻔한 등록금을 내가며 다녔던 4년간 우리의‘노력’과‘정성’이 부족했던 탓인가? 그럼 지금보다 더 열심히, 영어단어를 한자라도 더 외우고 각종 자격증을 획득해 놓으면 우리의 암울한 앞날은 조금 밝아질 수 있는 것인가? ‘사회 전체의 잘못된 구조를 파악하지 못하고, 그 속에서 불행한 가운데 잠시의 행복을 느끼는 것은 허위이다’라고 마르쿠제는말했다.

시업을 양산해 낼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더욱 치닫고 있는 지금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아둥바둥 대면서 당장의 일자리를 얻는다 하더라도 그것을 허위일 수 밖에 없다.

밤늦도록 도서관에서 열심히 취업준비한 대가로 요행이 취직이 된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벌어먹고’살 수 있는 구멍을 찾고 유지하기 위한 처절한 싸움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고용여부의 칼자루는 사업주, 나아가 그가 가지고 있는 자본이 쥐고 있기 마련인 현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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