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 금강산 유람동안 선상에서 벌어지는 각종 버라이어티쇼와 골프장, 디스코텍 등 편의·오락시설은 실향민 여러분들의 망향에 대한 설움을 조금이라도 잊게하고자 마련한 ‘현대’의 정성입니다.

지난 반세기, 실향민들의 삶은 행여나 하는 실날같은 기대가 어김없이 물거품이 되버리는 ‘다람쥐 쳇바퀴키 도는 격’이었건만 10월 출항하는 현대 ‘금강유람호’에 거는 기대는 여느 때와 사뭇 다르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론’이 드디어 얼어붙은 군사분계선을 녹이고 금강산 기슭에까지로 영역확장(?)에 성공한 탓일까? 현재 남북 이산가족 수는 7백 50만명. 그간 북측으로부터 신변안전보장각서와 초청장을 받는 것도 ‘하늘에 별 따기’였지만 하루 벌어 먹고 살기에 급급한 영세실향민들은 위험수당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봉비용에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그저 가슴에 묻어둘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영세실향민들에게 현대 ‘금강유람호’의 출항은 마음을 설레게 하기 충분하다.

분단의 최고 피해자이면서도 정치적·경제적 논리 앞에 작아져야만 했던 평범한 우리네 실향민들도 이제 금강한 관광을 명분으로 떳떳하게 북한 땅을 밟을 수 잇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렇듯 실향민들의 ‘귀향’에의 소중한 꿈을 담고 잇는 현대 ‘금강유람호’는 지금 우리 앞에 어떤 모습으로 서 있는가? 해상 특급호텔을 자처하며 골프장, 수영장, 디스코텍 등을 갖춘 10층 규모의 명실상부한 ‘한국판 타이타닉’, 개인당 130만원을 지불해야 하는 금강산 유람을 만약 노부모와 함께 한다면 약 500만원의 거금이 드는 등 방북 성패가 여전히 돈에 달려 있음은 씁쓸함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설령 무리를 해서라도 망향의 설움을 달래고자 배를 탄 실향민조차 그 안에서 벌어지는 초호화판 놀음에 ‘초대받지 못한’손님 마냥 소외감을 느낄런지도 모른다.

현대는 ‘금강유람호’출항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실향민 1세대를 금강산 관광 최우선 순위로 두겟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대가 그 의미를 제대로 살리고자 한다면 영세실향민들에겐 관광비용을 저렴하게 해 주는 등 실질적 도움이어야 한다.

겉포장만 그럴듯한 채 실제로는 실향민들의 통일 ‘염원’을 수단으로 ‘이윤추구’에만 혈안이 된다면 분단 보다 더한 상처를 실향민들의 가슴에 응어리지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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