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묻은 옛날 가족사진을 찾았어요. 젊은 시절 자신에 차 있던 내 표정이 뭉그러져 지금의 초라한 내 모습을 보는것 같아 눈물이 납디다” 지난 8월24일(월) 본교 생협학생위원회가 수해복구활동을 다녀온 파주 화훼단지 대성농원 주인 명환우씨. 장미와 함께한 7년의 생활이 한순간에 물 속으로 잠겨 버린 그날 밤의 일을 떠올리며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한다.

새벽 4시. 가슴팍까지 들이치는 물살을 해치며 그 동안 일궈온 모든 걸 버리고 뛰쳐나올 때 그의 유일한 버팀목은 꼭 잡은 가족들의 손뿐이었다.

그러나 며칠만에 돌아온 집은 예전 그모습이 아니었다.

온갖 가구·가전제품이 진흙과 뒤범벅되어 잇고 비닐하우스 1100평에 가득 했던 장미들도 모조리 쓰러져 있었다.

“씁쓸합디다.

에이알에스 수재 의연금도 그림의 떡이고 시청에선 구호품이라며 세 살자리한테나 맞은 법한 속옷이나 보내오니…신문에선 수해장학금이다 뭐다 말이 많던데 딸아이 학교에선 휴학이나 하래고…어떤 학교에선 예산까지 따로 돌린다던만 이놈의 학교는 왜 그런지 원…”아이들 학비며 물자구입이며 무엇보다 돈이 절실한 지금 정부의 저금리 융가 요원하기만 하다는데, 대책 마려에 무책임한 정부에 단 한가지 바라는 일이란다.

그러나 아이엠에프 이후 하루 하루가 버거운 서민드르이 삶만 휩쓸고 간 무심한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높아져 가고 평화롭게 흐르는 황토빛 하천에는 주말이면 낚시꾼들이 모여든다”이 시국에 낚시질이라니…”아저씨의 입에선 불만섞인 한숨소리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대로 주저않을 수 없었던 이유는 오로지 주위의 따뜻한 도움 때문이었다는데. “너무 고마운 분들잊. 오늘 온 이대생들도 힘든 일 마다않고 열심히 해줘서 매우 흐뭇하네요”라며 막걸리를 따라주는 거친 손엔 그간의 고통이 배어있다.

꿈을 키워가며 흙을 밟고 산지 벌써 8년째. 이젠 힘겨운 시련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 된다는 걸 알기에 담담하려한다고. “자신이 성숙해지는 하나의 과정이라 여기고 세상르 긍정적으로 봤으면 해요. 절맏는 걸 믿는 거죠. 앞으로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까”수해를 당한 이화인들에게 해 준느 말에 아직은 희망을 담겨잇는 이유도 그래서일까? 이제 올 여름 끔찍햇던 물난리는 서서히 잊혀져간다.

그러나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게 있다.

수마가 할퀴고 간 뒤 한켠엔 소중한 보금자리와 일터를 잃고 아파하는 이웃들이 있음을… “여러분들이 남자 친구한테서 장미꽃 선물 받으려면 제가 열심히 해야죠”이제 새로 시작하는 기분으로 장미 묘목을 심기 위해 오늘도 비닐하우스에서 땀 흘리는 명환우씨. 그의 삶도 내년 여름 붉게 피어나는 장미와 함께 새롭게 피어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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