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이면서 장애인 인권보장을 외치는 제가 낯설어 보인다구요? 노동운동 속에 노동자만 있는 것은 아니듯 장애인 인권운동 역시 ‘장애인’만의 몫은 아니죠”라며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말하는 특교과 학생회 장애인연대사업부장 김선영양(특교·3). 5백30여일을 넘기고 있는 에바다 투쟁으로 그녀는 요즘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단다.

하지만 막상 ‘운동’이라는 실천의 길로 이끈 첫 발판은 노동문제연구회‘풀무’를 통해서였으며 노동운동을 눙동의 전부로 여기던 때도 있었다고. 그런 그녀에게 있어 운동의 중심축이 장애인 인권운동으로 옮겨진 계기는 바로 에바다 집회. “에바다 집회를 처음 나갔을 때 스스로의 권리를 찾고자 열심인 농아원 아이들의 모습이 그렇게 예뻐보일 수 없었어요.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아이들에게 힘이 돼주고 싶었죠”라며 에바다 집회에서의 첫 인상을 전한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처음 참여했던 에바다 집회와는 다른 모습으로 서 있다.

단지 동정이나 연민이 아닌뭔가 잘못돼 있는 세상-장애인들을 수단으로 사리사욕을 채우기 급급했던 에바다 재단, 그런 재단 비리를 눈감아 주는 평택시청과 보건복지부, 그리고 장애인들의 외침을 외면하는 사람들-에 대한 저항의 몸짓으로 오늘도 ‘비장애인’들을 향해 소리친다.

부당한 현실을 바로잡는 건 장애인만의 몫은 아니라고. 내친김에 그녀는 장애인문제를 하나의 ‘운동’대상으로 사고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답답함을 표한다.

“재활원 가서 몸씻겨 주고 공부 가르치는 일, 소중하고 아무나 할 수 없는 거죠. 하지만 단순히 도와주는 차원에 머물면 현실은 끝까지 바뀌지 않을 지도 몰라요”라며 현실 투쟁과 사회봉사는 ‘함께 ’존재해야 함을 강조한다.

이처럼 싸워 나가야할 것들이 많은 그녀에게 가장 보람된 순간은 언제였을까? 아마도 장애인과 따뜻한 맘으로 교감할 때가 아니였을까 짐작했건만...뜻밖에 그녀는 어느새 자기 가슴 속에 또아리를 틀고 있던 ‘운동의 서열화’라는 껍질을 깨었을 때라고 말한다.

“한 때 저도 모르게 노동문제가 장애인문제보다 더 중요한 거라는 생각에 길들여져 억압의 종류란 비교의 대상이 될 수도, 돼서도 안됨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 같아요. 모든 운동이 꿈꾸는 건 결국 ‘다 함께 잘 사는 사회’가 아닌가요?”라며 소위 진보적이라 불리우는 운동권내에서조차 서열을 매기려듬에 목소리를 높인다.

장애인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선 이제 단순한 ‘도움의 손길’쁜 아니라 그들을 억누르고 있는 현실과 함께 싸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것은 ‘운동의 위계 서열화’가 아닌 서로의 활동을 인정하고 소중히 여김으로 이어질 때 참세상을 여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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