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토) 밤새 내린 비로 중량천 임시 제방이 무너지면서 지하철 7호선이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햇다.

지하철 공사를 하면서 임시로 쌓은 물막이용 둑이 갑작스럽게 내린 비에 힘없이 무너져 태릉입구역을 비롯한 11개역이 침몰된 것이다.

이에 따라 평소에도 교통혼잡이 심한 중랑·노원구와 주변지역에 상당기간 교통대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침수피해 복구비만도 1천5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침수사고는 예외없이 부실공사와 허술한 안전관리, 그리고 무능력한 사고대응체계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서울시와 현대건설측은 여전히 책임전가용 해명에 급급한 듯하다.

반복되는 사고에도 불구하고 사고의 원인규명과 대처방식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대응방식과 달라진 것은 없는 이런 태도들은 또다시 우리를 낙담하게 한다.

우리는 지금 새삼스럽게 거론하지 않아도 금융위기시대의 위태로운 삶을 힘겹게 이어가고 있다.

실업대란·주가폭락·금융불안·환율위기 등에 따른 각종 흉폭한 범죄들이 매일매일 우리 삶의 근저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겉으로 터지고 드러나는 사고와 위험들이 이러할진대 은폐된 위험들은 또 어떠할 것인가, 그러나 도처에서 번득이는 위험의 신호들을 우리는 무심히 지나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안전 불감증이란 우리사회에 만연된 사고와 이에 따르는 불안이 낳은 질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사고를 근절하는 대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위험에 대처하는 일종의 자기보호책인 셈이다.

우리는 사고가 터질 때마다 정해진 순서처럼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하고 사고에 대한 우리의 불감증을 통탄하고 사고의 재발방지를 다짐한다.

그러나 어느새 우리는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이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해서든지 끊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습관성 망각과 회피증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먼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이 어디서 생겼는지 되짚어 보아야 한다.

그 사회병리적 원인과 현상을 밝히고 깨달아야 한다.

또한 우리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행정당국과 공사를 담당하는 건설회사 등을 감독하기 위해 각종 시민단체가 활성화돼야 한다.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는 길은 사태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면하여 대처해나가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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