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우리의 집이라 할 수 있는데, 늦었다고 나가라는 게 말이 됩니까?" 이화 광장에서 학생자치권 관련 서명운동이 벌어지던 중, 발언대에 선 한 이화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학내 모든 건물들이 일직 닫혀 쫓겨날 수 밖에 없는 조처에 대한 반발에 대해, 나 또한 그러한 `현실'을 겪고 있는 입장이기에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최초의 여성 XXX""여성학의 메카" 입학식. 졸업식. 채플을 비롯한 각종 학교생에서 매번 들려오는 그 문구들은 여고에 이어 또다시 여대를 다녀야만 한다는 처음의 실망감(?)을 달래주는 듯했다.

여대 중에서도 특히 `이화여대'를 다니는 것은 남녀공학에서는 빈번한 여성차별을 겪는 대신 동등한 위치에서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잇는 기회이며, 그렇기에 소위 유명인사라 불리우는 본교 동문들의 이름을 대면 끝도 없음을 확인시키면서 말이다.

또한 여성에 관한 문제라면 학생들도 사석에서까지 목에 핏대를 세우며 말할 뿐아니라 학교측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선 여타의 다른 `운동'과는 달리 꽤나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실로 여대이기에 느낄 수 있는 `유대감'을 불러 일으키게도 했다.

그러나 밤늦도록 학내 건물을 드나들 수 있고, 대낮에도 풍물소리가 들리는 남녀공학의 자유로운 캠퍼스이 모습은 오히려 여성을 넘어선 한 대학인으로서의 부러움이었다.

학생 보호 차원이라는 조처 아래, 저녁이면 어김없이 소리치시는 경비아저씨를 뒤로 하고 쫓기듯 나가야만 하는 우리 학교 안에서는 눈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그런 광경이었기 때문이리라. 또한 사회적인 여건상 기혼여성이 학업과 가사일을 모두 돌보기를 힘들다는 이유로 버티고 있는 금혼조항을 비롯해 늘어만가는 흡연를 위한 담배 자판기 하나 없는 이 곳에 대해 진정 여성을 `배려'하는 곳인가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성운동과 여성문화의 구심점이라 자처하는 가운데 어느새 우리의 모습은 마치 여성을 대표하는 여성운동가, 여성지도자로 착각하고 기대하게 만들면서도, 학교행사가 끝나면 또다시 맞닥뜨려야 하는 현실이 있다.

여성이기에 보호받아햐 하고 여성이기에 아직은 안된다는 벽을 학교안에서도 여전히 부딪혀야만 하는 것이다.

여성을 위한다는 취지 아래 정작 편하지만은 못한 배려들과 그러한 가운데 축소되는 우리의 활동범위, 이것은 어쩌면 여대이기 때문에, 여대라는 이유만으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또 다른 현실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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