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을 생산하는 기업인 대학의 윤리에 대항하는 태도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최근 학생회가 벽보 등으로 대중을 선동하는 방식은 공멸의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조처로 총학생회장 등의 학외방출을 요구한다.

X X X 지난 17일 수원대 교정에 교수 11명의 이름과 직인까지 찍힌 대자보가 나붙었다.

'면학분위기 조성을 해치는 총학생회장 등의 학외방출 요구(?)'가 그 주내용이다.

재단소유인 노인휴양시설의 수억원대 회원권을 교수자리와 맞바꾸고 학교공금 횡령까지 서슴치 않은 것으로 밝혀진 수원대 재단. 이처럼 이윤추구에만 눈이 벌건 재단측의 비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학생들에게 오히려 불만있으면 나가라는 식의 대자보는 엄연히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이 볼 때 납득할 수 없는 논리다.

최근 연이어 밝혀진 대학비를 보면, 사립대학의 기업화는 수원대 뿐만이 아니다.

대학 최초의 부도기록을 세운 단국대를 비롯, 총장의 가족과 친척까지 주요보직과 교수직을 차지하고 있는 경상대·광주예술대 등 사립대학의 족벌체제화·교수직 장사는 이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양심있는 스승 밑에서 지혜를 탐구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학구열을 '교수직 장사'로 짓밟고, 학업을 위한 투자가 아닌 이윤추구를 위해 방만한 투자를 벌이는 이곳은 더이상 진리의 상아탑이길 거부하는가 보다.

이제 그들의 최종목표는 진리의 생산이 아닌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하는 것, 바로 '주식회사 XX대'의 실현이다.

수원대 11명의 교수가 얘기했던대로 대학은 '지식을 생산해내는 공동체'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학교는 동등한 입장의 '학생'이라는 존재를 교육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수용자 혹은 소비자이기 때문에 학교측이 하는 일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이같은 어눌한 논리를 수긍하더라도 매년 등록금이라는 명목으로 수백만원대의 투자를 하는 우리는 '소비자'인 동시에 '소액주주'라 할 수 있다.

질 높은 교육을 받는 것이 바로 소액주주들의 '권리'인 셈이다.

(주)XX대의 소액주주들이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위한 주주총회를 여는 것은 당연한 요구가 아닌가. 학생들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더이상 대학들이 기업을 꿈꾸는 '(주)XX대'의 이름을 버리는 것, 교육의 주체로서 동등한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재단은 대학의 주인들과 어떠한 상의도 없이 교수장사와 공금횡령 등으로 철저히 교육권을 짓밟았다.

하지만 진상규명을 촉구한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에게 학외방출을 요구하는 것은 주객전도를 꿈꾸는 반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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