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월드에 온 것을 환영한다.

게임이 시작되면 당신은 모든 규칙을 정할 수 있으며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단, 5년간의 게임이 끝나면 밟고 내려갈 계단이 없다는 것을 명심하라. X X X 지난 대선판을 시끄럽게 했던 '김대중 비자금 사건'이 포괄적 뇌물죄와 조세포탈죄를 비켜가며 23일(월)무혐의, 불입건 처리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불행한 과거사를 청산하고 새출발을 하는 마당이기 때문"이라는 검찰의 설명은 '새 대통령의 앞날에 걸림돌이 있어선 안된다'는 석연찮은 해명으로 들린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3김씨의 비자금설이 뜨거웠던 95년, 김영삼 대통령은 노씨를 서둘러 구속해 비자금정국을 잠재우기에 급급했다.

또한 김영삼 대통령의 대선자금에 대한 강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검찰은 그 입을 열줄 몰랐다.

도리어 눈엣가시인 김대중 총재에게 '20억만 받았겠느냐'며 화살을 돌리기 바빴을 뿐이다.

그러나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새 대통령의 20여년전 납치사건, 내란음모사건이 진상규명이란 이름으로 다시 거론되고, 오익제 편지사건도 '대통령이 될 분을 음해'하려는 안기부의 북풍공작이었음이 뒤늦게 밝혀졌다.

색깔시비로 유용하게 쓰였던 이 사건들의 진상이 밝혀지면서 새 대통령의 명예는 어느새 '빨갱이'에서 '민주투사'로 공식 회복됐다.

그러나 권력의 묘미를 마음껏 누렸던 자들도 청와대를 나서면서부터는 뒤통수를 조심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빨갱이'였던 당시, 나는 새도 떨어뜨리던 대통령들은 이젠 불면 날아갈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

광주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권좌에 오른 대통령도, 그 자리를 물려받고 엄청난 비자금을 챙긴 대통령도 퇴임 후는 비참했다.

이젠 성역을 지킬 수 없는 김영삼 전 대통령도 비자금 수사와 경제청문회라는 도마 위에 올려질 위기에 처해 있다.

멀리 내다보면 김대중 비자금 사건도 다음 정권에선 진상규명이란 이름하에 또다른 진실이 밝혀질지도 모를 일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진실도 바뀌어왔다.

바뀌지 않는 진실이 있다면, 그것은 채찍을 휘두르다가 권좌에서 내려오기가 무섭게 벼랑으로 떨어지는 '게임의 법칙'이 아닐까. 그러나 이러한 법칙을 깨지 못한 채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쉽게 잊어버리는 것이 있다.

국민이 항상 그들을 주시하고 있다는 또 하나의 진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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