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보사일이 저에겐 ‘과분한’ 일 같아요” ?학보사에 갓 들어온 후배 하나가 자신의 생활과 학보사 일을 병행하기 버겁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런 후배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다 문득, 얼마전 한 친구와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다.

?짬을 낸 술자리에서 그 친구는 나에게 쉽고도 어려운 말을 던졌다.

‘운동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문은 누구나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진은 누구나 찍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나… 그렇지…’무언가를 한답시고 어설프게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설상 제대로 해내고 있는 사람은 드문 것이 사실이기에 난 고개를 끄덕거렸다.

?‘내가 말이야, 그때’를 연발하며 꽤나 해왔던 것처럼 요란하게 말을 꺼내는 사람들. 그러나 그보다 한층 더 가슴을 시리게 만드는 것은 ‘그래,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라며 섣불리 자신을 합리화시키는 모습이었을 게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그것을 해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해보았던가? 하고 싶어 선택한 학보사일에 절래절래 고개를 저으며 주저앉는 사람들을 보며 좌절하고 슬퍼했던 기억이 있다.

변해야 할 사회를 외치기 위해 노동현장으로 뛰어든 자신의 선배를 이야기하며, 운동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체념해 버리는 한 선배에게 비판의 칼날을 서슴없이 보내기도 했다.

자신의 자리에서 더 이상의 무언가를 해내려는 고민 없이 섣부른 ‘포기’로 치닫는 그들이 내게는 아쉬움으로만 다가왔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자신이 추구하는 사진을 찍기 위해 온몸으로 뛰어다니는 프리랜서를 보며 ‘역시 사진은 아무나 찍을 수 있는 것이 아니’란 자조적인 변명을 해왔던 나… 그것은 창피하리만큼 생생하게 남아있는 또 다른 내 모습이었던 것이다.

?누구나 무언가의 일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그것을 해내기 위해 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화살을 던져본다.

‘반성’과 ‘점검’이라는 차가운 화살을, 그리고나선 쓰디쓴 채찍질을 가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의 무언가를 다 했을 때야 비로소 그 일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감히 말해도 될 것이라는 전제하에. ?이제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고개를 끄덕거리고 말았던 나에게도, 시작하는 자리에서 아직은 이른 고민을 하고 있는 한 후배에게도 무거운 짐을 지어줘야겠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그것을 제대로 해내는 한 사람으로서 다시 서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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