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삶은 복잡다단해 보인다.

한지붕 아래 살면서도 식구끼리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니 말이다.

줄곧 여당만 지지하는 아버지, 항상 지지후보가 같은 반역향(反逆鄕)인 전라도를 고향으로 가진 나의 어머니. “월급은 나와 비슷한데 금액이 나보다 많아서 속상하다”라며 친구보다 혼수자금이 적은 것이 슬픈 나의 언니. 아버지, 어머니, 언니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자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다.

주소지가 강원도 홍천인 어머니는 ‘이번엔 꼭 돼야 할 그 사람’을 뽑기 위해 홍천으로 내려간다고 한다.

정치에 그다지 관심이 없고, 특히 요즘의 정치가 흥미롭지 못한 언니는 어머니를 따라 선거일에 홍천으로 놀러 간다고 한다.

날씨만큼 혹독한 요즘의 경제위기에 고만고만한 대통령 후보들 속에서 가장 될만한 후보가 아니라 개중에 나은 후보를 지지하느라 우리 가족은 모두 지지후보가 다르다.

그러나 나는 안다.

먹고 살아간다는 것에 목매달며 살지 않게 해 줄 후보가 있다면 아버지도 어머니도 언니도 그 후보에게 서슴없이 표를 던질 수 있으리라는 것을. 이 겨울 보일러 석유량 눈금이 아래로 떨어져도 편한 맘으로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면, 9시 뉴스 앞에서 ‘개중에 저 사람이 낫다’며 서로 토닥이지 않을 것을. 주식에 투자할 돈도 없고, 금융기관에 예금할 여유자금도 없고, 사업도 하지 않는 ‘서민’층인 우리집은 경제가 어렵다고 해도 잃을 것이 없다.

가진 것이 없는데 무엇을 잃을 수 있을까. 다만 추워지는 날씨에 오르는 기름값을 걱정하고, 올해는 김장을 몇 포기나 해야할 지가 걱정일 뿐이다.

9시 뉴스 시간, 지지후보 대문에 토닥대던 아버지·어머니도 기름값과 배추값 앞에서는 서로 다독이며 살아가기 마련이다.

올해 처음으로 선거를 하게 되는 나는, 식구들 앞에서 누구를 지지할 것인지 밝히지 않는다.

우리 식구들 고민을 싹 달아나게 해줄, 아니, 조금이나마 달아나게 해 줄 대통령 후보가 없는 지금. 내가 던질 표의 방향이 나까지도 몹시 곤혹스럽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 한가지 생각은 분명히 살아있다.

이번엔 내가 지지할만한 후보가 없지만, 언젠가 내가 지지할만한 후보를 만들어가야 할 때라는 것. 아버지, 어머니, 언니, 나, 그리고 다음 대통령 선거때는 투표권을 갖게 될 나의 남동생가지 우리후보라는 생각으로 아낌없이 지지할 수 있는 후보를 만들 수 있는 토양을 다져야 할 때라는 한생각이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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