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자고나면 정당이 생겨나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우방' 이라는 말을 실감나게 하는 요즘 선거판. 정치인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며 매일마다 우리에게 신선한(?)구경거리를 제공해준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선거를 바라볼 것만을 강요할 뿐 어떠한 개입도 금지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9일(일) 여의도에서 개최된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국민승리21의 권영길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의한 것과 관련, 민주금속연맹위원장 단병호씨 등 4명을 선거법 위반혐의로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선거법상 노동조합(노조)은 물론이고 어떠한 사회운동단체에게도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 시민단체의 집단참정권을 인정함으로써 선거운동을 정당이 독점치 못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의 환경단체 시에라 클럽은 선거때마다 친환경적인 정치인들을 위한 모금운동을 한다.

또한 미국 여성단체들은 아예 여성후보 당선시키기 캠페인을 벌인다.

이처럼 국민의 참정권은 투표소로 국한될 것이 아니라 후보 지지운동을 하는 등의 '정치'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까지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사회운동단체들의 손과 발을 선거법으로 묶어 두는 것은 폭넓은 의미에서 참정권의 침해라 할 수 있다.

군부독재시절엔 노조를 비롯한 사회단체들의 활동은 탄압에 의해 거의 전무했을 뿐더러 국민들은 직접선거를 통해 자신들의 손으로 대통령을 뽑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문민정부'라 불리며 군부독재시절과 다른 사회(?)로 분류되는 지금, 이제는 우리도 정치에 관여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졌었다.

우리 손으로 누군가를 찍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로 만족하며 '세상이 좋아졌다'고 감탄했던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정치꾼'들만의 정치를 일삼고 있는 기성 정치세력은 자기들끼리만 아웅다웅, 말로만 지상낙원을 설계하며 '비정치인'에게는 선거법을 빌미로 끼어들지 말 것을 종용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들이 마음대로 늘어놓은 진열장에서 의미없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권리만 대단한 것인양 던져준다.

아마도 그들은 선거판을 주최측만 얼렁뚱땅 준비한 학예회 발표하듯 자신들만의 각본을 실현하는 장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같다.

그러나 올바른 선거판은 국민들이 '쇼'를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는 장이 돼야 한다.

선거법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낮추려 하는 것이 아니라 각 단체들이 다양한 의견과 주장을 가지고 후보를 지지하는 가운데 자신들의 희망을 실현시킬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마련해 줘야 하는 것이다.

선거는 일부 정치권만의 행사가 아니라 국민모두의 요구가 공론화돼야 하는 자리다.

더이상 정치인들의 독점에 이끌려 가는 '울며 겨자먹기'식 선거를 만들어선 안된다.

우리의 희망과 요구를 가로막는 정부의 선거법에 적극적인 행동을 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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