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1월 1일 개정, 시행됐던 형사소송법이 시행 1년을 넘기지 못하고 19일(수) 또다시 개정됐다.

이 개정법의 부칙에 따르면 이 개정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하게 돼있고, 또 공포시 체포된 자에게도 적용되므로, 대통령이 공포하기만 하면 새법은 완전히 시행하게 된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세칭 '영장실질심사제'라고 불리우던 '구속전피의자심문제도'의 축소이다.

구속전피의자심문제도가 존재하지 않던 과거에는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판사는 피의자를 대면하지 않고 서류만을 토대로 구속영장의 발부를 결정했다.

구속된 이후에도 판사를 대면하기 위해서는 구속적부심을 청구해야 하는데, 이 역시 피의자가 무지·비용부담 등의 이유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활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에 비해 구속전 피의자심문제도는 '판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구속영장 발부전 피의자를 심문할 수 있게 해, 피의자의 판사대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게 한 것이었다.

필자는 본보(2월12일자)를 통해 이전의 형사소송법의 개정이 우리나라의 인신구속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었음을 지적하고 이의 원활한 운영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는 이번 개정으로 크게 퇴색했다.

개정전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체포된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판사는 구속의 사유를 판단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피의자를 심문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개정법은 '체포된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판사는 피의자 또는 그 변호인·법정대리인·배우자·가족 등의 신청이 있을 때에는 피의자를 심문할 수 있다.

이 경우 피의자 이외의 자는 피의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도 그 심문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판사의 피의자심문권은 피의자 등의 신청에 의존하게 됐고, 판사의 재량에 의한 체포된 피의자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은 불가능하게 됐다.

내용상 사소한 변화로 보이지만 이 개정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즉 구속의 '실질적인' 권한이 판사의 손에서 다시 검찰의 손으로 넘어 간 것이다.

그간 세칭 영장실질심사제가 비판받았던 점은 판사의 심문을 위한 인적·물적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된 나머지, 제도의 운용이 번거로웠고 영장실질심사를 남용해 실질심사 자체가 형식화됐다는 점에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은 법원이나 검·경찰이 이를 위한 인적·물적 기반을 갖춤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정한지 1년도 되지 않는 법을 재개정한다는 것, 그리고 법원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검찰이 되찾아 간다는 것은 지나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국가가 인신을 구속함에 있어 그 정당성을 확보할 제도를 강구한다는 것은 피의자의 의사에 의존시킬 성질의 것은 아니고 국가의 의무이다.

형사소송법이 임의적으로 '심문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을 형사소송규칙을 통해 필요적으로 '심문을 한다'고 규정한 것은 이러한 정신의 발로였던 것이다.

검찰의 주장과 같이 우리나라의 인신구속제도가 다른 나라와 달리 매우 복잡한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렇게 복잡하게 된 이유는 형사사법기관이 인신구속을 지나치게 가벼이 생각한 나머지, 형사소송법상 예외인 구속 등의 강제수사를 '원칙'으로 활용함으로써, 이러한 인신구속의 남용을 통제하기 위한 장치를 겹겹이 마련하지 ㅇ낳을 수 없게 만든데 있다.

제도가 복잡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것이 아니라 이러한 복잡한 제도를 강구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인신구속의 현실에 문제가 있다.

그리고 이번 개정으로 피의자 심문을 하는경우, 법원이 구속영장 청구서·수사관계서류 및 증거물을 접수한 날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해 검찰청에 반환한 날까지의 기간은 검사나 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에는 산입하지 않게 됐다.

이는 법원이 구속영장발부를 게을리하거나 송달의 지연등의 사정으로 경과된 기간은 구속기간에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경찰과 검찰단계에서의 구속기간은 원칙적으로 각10일로 돼 있는데 이 규정으로 영장발부에 소요되는 시간은 구속기간에 계산되지 않으므로 10일을 상회하는 구속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 규정은 결국 법원의 업무가 지연되는 것을 피의자의 부담으로 돌리는 규정으로서, 지나치게 수사편의주의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업무가 지연되지 않도록 인적·물적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순서이지 이를 모색하지 않고 피의자의 구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한 것은 피의자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