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카페 ‘고마’에서 그를 기다리며 그 카페가 약속을 잡기 위해 두어번 만났던 그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편안함과 아늑함, 약간의 수줍음 그리고 자기만의 색을 지닌 당당함. 본교 85학변 선배라는 그녀는 한가닥으로 질끈 묶은 머리와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로 아직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앳된 소녀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제2대학과 제3기 여성철학 교실에서 ‘여성의 몸: 체현의 정치학’,‘여성의 다이어트·굶주림의 논리’강연을 맡은 김희옥강사. 여성철학을 강연했음에 우리가 추축할 수 있었던 그녀의 전공은 뜻밖에도 언어철학이었다.

“ 여성철학은 내게 있어 선택가능한 전궁분야가 아니에요. 나는 여성임과 동시에 철학을 공부하므로 여성철학은 저의 삶과 분리될 수 없는 것이죠”라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페미니즘이 돋보인다.

그러나 ‘여성상위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성에 대한 관점이 변화했다는 요즘에도 여전히 ‘여성’은 올바른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녀는 “한때는 매스컴에 의해 커리어우먼이 유행처럼 동경의 대상이 됐었죠. 그런데 요새는 또 다시 그 매스컴에 의해 순종적이고 예쁜 여성상이 강요되고 있더군요”라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우리 사회의 매스컴은 상품을 팔기위한 전략하에 여성에게 액션영화속 주인공 같은 강함을 요구하는가 하면 다른 때는 또다른 모습으로 여성을 포장하려 든다.

이러한 사회에 이의를 제기하는 그녀는 “이제는 매스컴에 의한 여성주의의 거품을 가라앉히고 진지한 여성철학을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요즘 그녀는 제2대학이나 철학교실 등 여성철학강좌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철학과 강사로서 사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그녀는 영화, 연극, 콘서트 등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에서도 자신의 존재에 바탕이 되는 여성철학적 태도를 견지하며 즐긴다.

이러한 그녀의 자신의 생각과 삶을 일치시키며 사는 모습은 하고 싶은 것과 요구받는 것 사이에서 자기분열을 겪으며 괴로워 하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 보게 한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