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4명중 3명이 취업하지 못한다는 우수직업을 목표로 두지 않는다.
그러나 3학년 2학기, 졸업이 멀지 않은 내게 취업은 왜이리도 무거운 짐일까. 물질적이고 기계적인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경도와 위도를 잘 짜여진 지도와 같다.
비판적인 지성의 공간이라던 대학도 이 지도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취업에 도움을 주는 나눠지는 인기 과목과 비인기과목, 많은 학생들의 호응을 받고 있는 모대학의 ‘정주영 창업론’ 개설 강의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학의 영역과 자본주의 사회의 경계는 허물어진지 오래다.
이렇듯 대학은 예비취업인을 양성하는 취업학원에 다름아니다.
취업을 걱정해야만 하는 지금의 나는 현대 자본주의 지도 속 한 점의 존재이다.
내 여행은 ‘생산하라, 그리고 도구로서, 상품으로서 어떻게 잘 구실할 수 있을지 생각하라’는 지도의 지침에서 결토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지도의 목표인 ‘돈’을 향해 나아가기 보다 나와 주위 환경을 돌아보며 ‘떳떳하고 당당한 ’여행을 하고 싶다.
취업의 틈바구니에서 내가 찾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취업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살아있다’는 존재의식이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과연 자유로운지 자본주의 지도를 살펴보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다.
내가 택한 자유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틀안에 묶인 소극적인 운동일지 모른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의 한 상품으로 도구화되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가 목적이 된다는 것만으로 나는 뿌듯하리라. 그리고 나는 꿈을 꾼다.
자신의 자유를 찾으려는 동행자가 많아져 여행이 순탄해지기를, 그래서 마침내 지도의 좌표를 다시 그릴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