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을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정한 뒤 회사를 결정하라, 취업을 위해 직접 발로 뛰어라... 마지막으로 자신을 하나의 상품으로 생각해 세일즈 포인트를 찾아라” “당신의 세일즈 포인트를 찾아라”모주간지 기사에 실린 ‘취업5계명이다’취업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상품으로까지 여겨야 한다는 마지막 계명은 현재 취업이 얼마나 심가한 문제인지를 잘 시사하고 있다.

나는 4명중 3명이 취업하지 못한다는 우수직업을 목표로 두지 않는다.

그러나 3학년 2학기, 졸업이 멀지 않은 내게 취업은 왜이리도 무거운 짐일까. 물질적이고 기계적인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경도와 위도를 잘 짜여진 지도와 같다.

비판적인 지성의 공간이라던 대학도 이 지도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취업에 도움을 주는 나눠지는 인기 과목과 비인기과목, 많은 학생들의 호응을 받고 있는 모대학의 ‘정주영 창업론’ 개설 강의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학의 영역과 자본주의 사회의 경계는 허물어진지 오래다.

이렇듯 대학은 예비취업인을 양성하는 취업학원에 다름아니다.

취업을 걱정해야만 하는 지금의 나는 현대 자본주의 지도 속 한 점의 존재이다.

내 여행은 ‘생산하라, 그리고 도구로서, 상품으로서 어떻게 잘 구실할 수 있을지 생각하라’는 지도의 지침에서 결토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지도의 목표인 ‘돈’을 향해 나아가기 보다 나와 주위 환경을 돌아보며 ‘떳떳하고 당당한 ’여행을 하고 싶다.

취업의 틈바구니에서 내가 찾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취업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살아있다’는 존재의식이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과연 자유로운지 자본주의 지도를 살펴보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다.

내가 택한 자유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틀안에 묶인 소극적인 운동일지 모른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의 한 상품으로 도구화되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가 목적이 된다는 것만으로 나는 뿌듯하리라. 그리고 나는 꿈을 꾼다.

자신의 자유를 찾으려는 동행자가 많아져 여행이 순탄해지기를, 그래서 마침내 지도의 좌표를 다시 그릴 수 있기를...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