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분이라는 짧은 강의시간에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너무도 많았어요. 그래서 강의 시간이 끝날 때마다 글을 한 편씩 썼지요. 그게 모아지니 이렇게 책 한권을 낼 수 있더군요” 삶속에서 느꼈던 생각들을 모아놓은 수필집 「오십분에 못다한 이야기」를 쓴 한정선교수(교육공학과). 그녀는 시청각 교육과(현 교육공학과) 1회 졸업생이다.

시청각교육과가 생긴 후 강산은 세번 변했고, 그 세월은 한정선 ‘학생’을 한정선‘교수’로 변화시켰다.

양쪽 길이가 다른 흰머리 단발, 양손에는 빨간 매니큐어, 마치 중년을 맞은 패션모델을 연상시키는 그녀. 그 ‘튀는’외모덕에 겪게된 에피소드도 많았단다.

한번은 택시에서 목적지를 우리말로 일러줬음에도 불구, 계속 기사가 영어로 말을 걸어 당황한 적도 있었다고. 그러나 정작 그녀는 이에 관해 “머리염색은 눈이 나빠질까봐, 손톱화장은 내가 늘상 보며 만족을 느낄 수 있으니까”라는 나름의 소견으로 응수한다.

목사의 딸로 태어나 어린시절 경험했던 집안의 자유로운 분위기는 단지 이러한 그녀의 외모 뿐 아니라 생각과 행동면에 있어서도 많은 영향을 주었단다.

그래서인지 혼자 힘으로 유학을 가서 박사학위까지 취득할 만큼 억척스럽고, 자신의 생활 방식을 책으로 공개할 만큼 당당한 그녀의 모습은 마치 몸에 잘맞는 옷처럼 자연스럽기만 하다.

“페미니스트로 규정되길 원하는 것은 아니예요. 솔직히 페미니스트에 관한 정의도 확실치 않구요. 여성 스스로 실력을 키워 남성과 대등적 관계를 만들고 서로 조화를 모색하는 과정이 중요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하는 그녀는 “여성들이여, ‘포로’가 아니라‘프로’가 되라”는 특유의 여성관을 펼치는데. “요즘 학생들은 커피값으로는 돈을 써도 막상 책을 사기는 주저해요 하지만 자기분야 뿐 아니라 타분야에도 능통한, 진정한‘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책을 많이 읽어야 겠죠”여성전문인력으로서 스스로의 계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식을 쌓을 것을 강조하는 그녀. 그녀는 여태껏 삶에 대해 후회해본 적은 없다고 스스럼 없이 말한다.

그때그때 주어진 삶에 늘 최선을 다해 살아온 때문이 아닐런지. 독신여성으로서, 전문직 여성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느껴진 건 그때 그녀의 밝게 웃는 모습 뒤에 당차게 자신을 주장하며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이화인의 미래상이 오버랩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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