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영수회담 직후 3당 총재와 이회장 신한국당 대표는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이란 제목의 공동호소문을 전격적으로 발표,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들은 합의문에서 “국민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현 시국상황을 감안해 여·야 모두는 경제 살리기에 주력할 것이라며 ‘국민에게는 고통분담’을 동참해줄 것을 호소한다”고 밝혀 우리 경제가 심각함을 다시 한 번 역설했다.

한마디로 지금의 경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모두 과소비를 억제하고 소비절약하는 습관을 기르자는 것. 물론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만큼 국민들의 근검절약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의 경제 불황이 국민들의 근검절약만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집권 초기 정부는 지하경제로 스며들어가는 검은 돈의 실체를 모조리 파헤치겠다며 금융실명제를 야심차게 시행했다.

하지만 실명제의 실시는 본래 취지와는 달리 재력가들의 검은돈을 집안 창고에만 쌓아두게 하는 결과를 낳았을 뿐 실질적으로 거둔 성과는 거의 없다고 해도과언은 아니다.

마치 보석찾기 놀이를 하는 것처럼 돈자락을 보이지 않게 사과상자에 숨겨 창고에 쌓아놓고는 찾을 수 있으면 찾아보라는듯 정부를 비웃으며 유유히 실명제의 손아귀를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것은 한보사태에서도 보여지듯 부정·부패에 얽힌 검은 돈을 뿌리뽑는데 한계를 드러냈고, 지금은 거의 유명무실한 상태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이제는 금융실명제 실시로 인해 저축이 감소하고 과소비가 촉발되고 잇다는 허울좋은 명목을 내세우며 이를 보완하겠다고 버팅기고 있다.

즉 어려운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검은 돈이라도 끌어 들이고 보자는 논리다.

어디 이것 뿐인가. 현재의 경제난국을 해결하기 위해 출자제한 등 자율적인 인수합병을 제한하고 있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정부의 계획 자체도 재벌들의 문어발식 기업확장을 멈추지 않는 한, 경제를 살리기는 커녕 재벌구조를 더욱 고착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하겠다.

이렇듯 정부의 경제정책은 일관되지 못한 채 임기응변식으로 시행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웁는 여전히 국민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며 바로 코 앞의 상황에만 급급해 하고 잇는 것은 아닌지. 그러나 국민을 위한 진정한 정책이 아닌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정책만으로 이로간한다면 그 정첵은 ‘경제살리기’가 아닌 ‘국민 죽이기’ 정책에 불과하다.

또한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근시안적인 정책만을 내놓으며 국민에게만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정부를 국민은 더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빛좋은 개살구마냥 겉만 번지르르한 경제정책이 아닌 국민을 생각하는 실속있는 경제정책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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