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영삼 대통령은 고건 명지대 총장을 총리로 내정하고 10명의 장관급등을 교체하는 등 개각을 단행했다.

문민정부 최대의 정치의혹이라는 한보사태가 터지자 곧바로 이루어진 개각은 김대통령이 ·새술을 새부대에‥담아 나머지 1년의 임기에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현 시기 개각의 필요성은 인정되나 이번 개각 역시 그동안 김영상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이후 단행한 23번의 개각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즉 제대로 된 국정을 운영하기 위한 개각이라기 보다는 무슨 사건만 터지면 그에 대한 무마책으로 제시된‘국면 전환용’이라는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이번 한보사태는 정·재계와 김대통령의 아들 현철씨까지 현루됐으나 검찰수사를 서둘러 종결지어 그러한 의혹을 더 가중시켰다.

임기 4년 사이에 1백20명의 장관이 바뀐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임기 초부터 김대통령 개각 실적은 화려하다.

‘대통령직을 걸고서라도 막겠다’던 쌀시장이 개방됐을때, 성수대교 붕괴등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때 등 매번 등돌리는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어김없이 등장했던 것은‘개각 논의’였다.

기성 정치의 모순, 비리구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이번 한보사태가 노동법과 안기부법의 날치기 처리로 인한 민심이반 현상에 불을 붙이자, 급하게 이뤄진 이번 개각 역시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과거 군사정권부터 개각은 집권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이 높아질 때마다 이를 잠재우기 위한 카드로 많이 쓰여졌다.

‘개각을 위한 개각’이 이루어져 이로 인한 책임있는 행정이나 정치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장기적 관점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단발성 정책으로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현 정부가 지금까지 보여온 모습도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인사가 만사’라고 얘기하던 김대통령이 이제는‘개각이 만사’라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25일 김대통령이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보여준 태도에 대해 애매모호한 사과로 그간 실정에 대한 반성에만 그쳤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반성만을 위한 것이라면 나머지 임기동안 정부의 정책에 기대할 것은 별로 없다.

따라서 이번 개각이‘새푸대’만을 중시하는 그간의 국면전환용 개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한보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국정전반에 대한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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