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파면 철회하라! 강석훈 선생님 돌려달라!” 어수룩한 구호가 여고생들에게서 터져나온다.

지난 18일(월), 대덕여고에서는 교내의 ‘교사 의견수렴을 위한 모임’이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를 학교에 수차례 건의하자 재단측이 이 모임의 회장인 강석훈 교사를 파면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에 반발한 학생들이 강교사의 복직을 요구, 사흘간 수업을 거부한 채 농성에 들어갔고 이것이 평범한 학생에 불과한 이들이 차가운 운동장에 앉아 시위를 벌여야 했던 이유가 됐다.

어찌 보면 한 사립고등학교에서 일어난 특수한 사건 같지만 언론을 통해 이 사태가 주목을 받은 것은 ‘평범한’여고생들이 불합리한 교육 현실에 대해 들고 일어섰기 때문일 것이다.

‘순종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라는 식의 수직적인 체계에서 교육을 ‘당하는’학생들에게 있어서 자신의 권리를 찾아가기란 쉽지 않고 교원단쳬교섭권이 제한적으로밖에 인정되지 않는 교사들에게 있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얼핏 무모한 짓 같기도 하다.

열악한 교육여건 개선을 요구한 대덕여고 교사모임에게 돌아온 것은 이에 대한 재단측의 약속과 시행이 아닌 재단측 비호하의 동료교사들에 의한 폭행 뿐이었다.

학원의 구성원들은 대표적으로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교당국이라 할 수 있다.

이 세 구성원중 어느 한 성원에 의한 일방적인 의사결정은 다른 구성원들의 이해가 반영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집행될 여지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세 구성원은 학원의 동등한 권리를 가진 주체가 돼야하는 것이며, 이를 일컬어 ‘학원3주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세 주체의 동등한 권리확보를 위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의견을 개진하고 이를 통해 합의와 타협데 도달하는 것이 민주주의적인 방식이 아닐까. 그러나 이론과 현실이 괴리되듯 권력 쥔 자에게만 큰 목소리가 허용되고, 학교당국이 칼을 쥐고 있는 입장에서 교사와 학생은 입을 다물어야만 한다.

이런 문제점들은 교육계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더욱 더 빼도 박도 못하는 것 같다.

이른바 오랜 유교주의 적 전통하에서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말라’는 식의 논리를 들먹이며 왜곡된 권위주의를 내세워 학교는 세 주체의 동등한 권리 확보를 무마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배경하에서 발생한 일련의 비리행각들이 남의 일처럼 보이지 않는 것은 우리도 바로 교육의 연장선상에 있는 ‘대학’이라는 공간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초·중·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이런 일들이 대학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고 여전히 순종하는 학생과 명령하는 학교의 이분법적인 체계로 대학도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권력을 가진 자만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이 교육현실 속에서도 자신의 권리를 찾아나서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은 헛수고로 돌아가지만은 않을 것 같다.

자산이 가질 수 있는 권리가 무엇인지 교사와의 연대를 통해 얻어낸 대덕여소생들을 바라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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