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사건 당시 구속된 시위 학생의 영장이 기각된 내용을 다루고 있는 TV뉴스 화면. 법복을 입은 판사형상의 그림이 ‘한총련 시위학생 영장 기각-증거불충분’이라는 자막과 함께 나온다.

이 화면에 곁들여진 사회안전이 위태롭다는 대사. “우리 사회에는 ‘좌익동조자’가 많아. 이로인해 아직도 한총련 사태를 옹호하는 행동과 발언 등이 계속나오고 있다” × × × 위 부분은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가 사법권에 도전한 야심작-‘비디오’의 문제가 된 내용이다.

안기부가 자체제작, 예비군훈련장에서 방영한 이 비디오를 보고 나면 영장기각판사를 ‘좌익동조자’로 연상하게 된다.

이처럼 사법영역에 과감히 날린 총탄(?)에 대해 사법계와 재야단체들이 분노,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무시한 사법권침해로 보고 있다.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과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은 성명서를 통해 ‘사법부의 법적판단을 좌익동조로 매도한 것은 민주주의를 짓밟은 범죄행위’라며 비난했다.

판사들도 대법원에세 이 사건에 대해 명확히 해결할 것을 요구했고 국회의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이 비디오를 빌려갔다.

이렇게 들쑤셔 놓은 장본인인 안기부의 변명을 오히려 궁색하다.

비디오 제작진의 실수(!)였다고 대충 넘기려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안기부가 한총련사태를 빌미로 삼아 수사권확대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안기부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 단순한 실수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많지않다.

자신들 주장의 정당성을 나타내기 위해 이런 비디오를 제작·방영, 사법부에까지 좌익동조자들이 많은 정도로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음을 피력했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이처럼 은근히 법적판결을 무시하고 판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 ‘초법적 행위’를 서슴지 않는 상태는 그들이 민중운동세력을 탄압하면서 항상 부르짖는 사회질서 유지라는 방패에 자신들 스스로가 법질서 유린이라는 창을 꽂은 결과를 초래한 꼴이다.

이런 상태에서 그들의 주장대로 법개정을 통해 더울 강력한 수사권을 가지게 된다면 그들은 우리 사회의 모든 질서와 법치주의를 맘대로 뒤흔들어놓지 않을까. 무엇보다고 안기부 자체의 좌익규정에 대해 ‘아니다’라고 부정할 경우 그것이 법적 판결이든 뭐든 그들에게 반대하는 좌익동조로 귀결되는 이분법적 논리가 가장 우려스럽다.

여전히 그들은 막무가내로 떼쓰기를 통해 자신들의 이야기만을 하고 그것만들 듣기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안기부는 단지 수사기관이지 헌법질서를 유린하거나 초법적권한을 가진 기관이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안기부의 ‘논리’에 따라, 안기부의 ‘눈’에따라 세상을 보고 살아가기를 강요당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국가안전을 위해서라면 모든것이 짓밟혀져도 상관없다는 듯 오히려 무질서와 불안을 조장하며 무법지대를 종횡무진 달리고 있는 그들을 이제 멈추게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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