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가정관 소극장에 작은 웅성거림이 일기 시작했다.

이화출신 연극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매일 연극연습을 하는 이 자리에 유난히도 분주해 보이는 한 여성이 눈에 띈다.

자그마한 체구, 동그란 얼굴, 보이시한 목소리, 커다란 안경 너머 사뭇 진지함이 보인다.

19일(화) 가정관 소극장에서 공연될 ‘꿈꾸는 거인, 활란’의 연출을 맡은 국문과 강사 명인서씨다.

“연극이 마냥 좋아서 대학시절 연극반에 들었죠. 유신정권때라 함부로 드러내지 못하는 내용을 은유적으로 풍자하는 연극을 많이 했어요”라며 연극에 뛰어들었던 초창기를 회고하는 그녀. 이화동창연극인회 창단작품으로 공연되는 이 연극은 박정자씨와 이 영란씨 등 본교동창 연극인들이 함께모여김활란총장의 일생을 연기한다.

자신의 연극관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좋은 연극은 80년대에 군사독재정권을 비판하는 연극이 많았듯이 그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해요”라며 “그런데 90년대는 워낙 개성화되고 다양화된 시기여서 공통의 관심사를 찾기가 어렵죠”라고 말한다.

그녀에게 있어 진정한 연극이란 유행과 흥미위주의 상업성보다는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담긴 모두가 함께하는 의사소통인 것이리라. 이러한 의사소통의 과정인 연극을 준비하는데도 어려움도 많단다.

“연극은 여러사람이 모여 각자의 역할을 통해 하나를 완성하는 일이어서 의견의 마찰이 많은 작업이죠”라며 그래서 가끔 싸움으로 번질때가 있지만 연극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된 일이므로 서로를 이해한다고. 독특한 목소리 덕분에 항상 남자역을 해왔다는 그녀는 대학시절 ‘혈맥’이라는 연극에서 이상주의적 지식인역을 맡아 인기가 많앗다고. 그렇게 말하며 내비치는 미소에서 연극에 대한 그녀의 남다른 애정이 풋풋이 스며나온다.

그녀의 연극사랑은 연극을 동경하고 좋아하는 후배들에게도 간절하다.

“기본적으로 연극에 대한 열정과 진실한 자세, 학생다운 실험성이 있어야 하겠죠.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배우이기 이전에 관객이 돼야한다는 거예요”라며 연극에 대한 사랑을 당부하는 그녀. 그러한 점을 ‘연극의 이해’수업을 통해 즐겁게 가르쳐 주려 한다고. 유명세를 치르는 배우보다 비록 무명일지라도 자신의 역할을 성실하고 묵묵하게 지켜나가는 이들을 좋아하고 그들을 진실한 프로라고 생각한다는 그녀는 무대에서나, 강의실에서나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려고 한단다.

진정한 프로의 모습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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