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은 어수선한 스튜디오안. 희끗희끗한 머리에 수더분해 보이는 아저씨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름 대신 ‘배꽃 아저씨’로 기억되고 있는 사람, 임영길씨이다.

약간은 쑥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묻는 말에만 대답할 것이라고 하면서도 시종일관 환한 표정으로 많은 이야기를 한다.

그는 주로 미대 학생들의 작품사진·전시회 팜플렛 제작을 도와주며 그 외에도 시청각 슬라이드·학교 행사 및 홍보 사진을 찍는 일도 한다.

‘배꽃 아저씨’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언제부터 불렸는지 기억나진 않는데, 계속 불려서 좋고 싫고 생각할 겨를도 없었어”라고 하지만 만족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어떤 일이나 마찬가지지만 사진찍는 일에도 자기철학이 필요한 거지. 공부하고 책읽는 일도 필요하고”라며 “사진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 사진 배울기회라도 많이 있었나. 고물 카메라 갖고 만지작거리면서 경험으로 배워간거지. 나는 지금까지 경험으로 일을 해왔지만 아직 그게 맞다고 생각해”라고 덧붙인다.

학교의 일을 도와주기 시작한 것은 27~28년 전이고, 본격적으로는 12~13년전 당시 미대 학장님의 추천에 의해서 학교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는데. 그렇게 오랜 세월 머물었던 그는 어디에 무근 돌이 있는지 알만큼 학교에 대해서는 훤하다고 한다.

공휴일이든 일요일이든간에 언제나 미관 스튜디오를 지키는 임영길씨는 “모두들 내가 여기 있는 줄 아니까 혹시 한명이라도 왔다사 실망하면 안되잖아. 그래서 여행도 가 본 적이 없지”라며 이대 학생 한명한명에 대해 애착을 보인다.

“학교 다니면서 공부 열심히하는 학생들이 나와 많이 부딪히고 만나게 된다”면서 그런 학새들이 졸업해서도 사회에서 인정받고 다시 찾아와 일을 부탁하기 때문에 자주 보고 그래서 기억에 남는단다.

“한번은 졸업한 학생의 딸이 안부차 찾아온 적도 있었다”며 흐믓해 하는 그. 이렇게 얘기를 하는 중에도 계속 스튜디오를 정리하던 ‘안젤라 아줌마’는 “아저씨가 학생만 만나면 얘기를 그칠줄 모른다”며 가볍게 핀잔 한마디. 임영길씨와 ‘안젤라 아줌마’는 10년이 넘게 같이 일해온 사이라서 그런지 스스럼이 없어 보여 때로는 부부사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단다.

“한 일도 없는제 일간 신문이나 잡지에서 많이 찾아준다”면서 풋풋하게 웃는 그의 모습에서 끈끈한 정과 함께 오랜 세월의 한결같은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배꽃 아저씨’는 오늘도 본교 안의 어딘가에서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뻗고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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