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중간고사 기간에 전경들이 대학에 들어와 도서관과 학생회관을 부수고 학생들을 연행해간 사건이 있었다.

당시 상황에 분노하였던 난 칸트와 플라톤에 대해 논하라는 시험 문제를 받아들고 그들의 관념론을 비난하며 예술은 사회와 분리되어서는 안된다는 나름대로의 예술론을 폈던 기억이 난다.

예술이 순수해야 하는가 아니면 사회를 위한 예술이 돼야 하는가라는 문제는 옛날부터 계속 논란이 돼오던 문제였다.

그리고 그속에서 예술의 사회화를 가장 먼저 실현했던 매체는 바로 사진이다.

왜냐하면 인간 삶의 표현방식 자체를 예술이라고 할때 그것을 가장 직접저이고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는 매체가 바로 사진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사지은 언제나 현실과 맞닿아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을 카메라라는 기계를 이용해 표현하기에, 사실성과 객관성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신문에 실리는 글을 믿지 않는 사람도 거기에 실리는 사진은 적어도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항상 나가는 집회에서 많은 학생이 맞고 끌려 가는데도 다음날 신문에 도로를 점거하고 폭력시위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만 보도할 때 객관성과 가치 중립성문제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사진이란 현실의 여러 모습 중에서 필요한 부누에 촛점을 맞추고 현실을 해석하는 도구이다.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그것이 진실이라고 당당히 이야기한다.

객관성이라는 허울을 쓰고 온갖 사회 권력을 옹호하고 현실을 왜곡하면서도 말이다.

카메라는‘빛’을 이용하여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힘있는 사람들은‘빛’이 가득한 세상만 찍히고 알려지기를 원한다.

우리시대 사람들이 처한 현실을 외면한채 말이다.

우리가 거울을 통해 사물을 보면 모든 것의 오른쪽과 왼쪽이 바뀌게 보인다.

아마 우리가 실물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거울을 통해서만 보았다면 그 모습을 진실이라고 믿을지도 모르겠다.

대학에 들어와 사진을 찍고 사회의 현실에 부딪히면서 난 이제까지의 내가 거울속의 세상을 보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한쪽에서는 강경진압에 학생이 죽고 강제철거와 노동탄압이 이루어짐에도 다른쪽에서는 세계화로 가기 위한 초석으로 이를 당연시한다.

너무나 부조리하고 모순이 가득찬 사회.그리고 그 속에 서 분노하는 나. 이제 나는 나의 분노를 카메라로 표현하려고 한다.

사진으로 우리 사회의 본질을 전하고 정말로 옳은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아직도 답안지를 계속 쓰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