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18 때의 일이다.

5.18 학살자 처벌과 특별법 제정을 외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거리에 퍼져나가던 5월, ‘위험한 집회는 다 5.18 집회’란 말이 있을 정도로 경찰의 진압도 강경했다.

그날도 예외는 아니어서 대오는 지랄탄과 최루탄에 구호 한번 외치지 못한 채 시내에서 연세대로 쫓겨갔었다.

가쁜 숨을 내쉬며 연세대로 들어가려 할 때 ‘펑’하는 소리에 짐짓 움츠러든 시위대의 모습, 그 두려운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터지던 것은 최루탄이 아니라 신촌문화 축제의 불꽃놀이용 폭죽이었던 것을 기억한다.

최루탄과, 예쁜 색깔 불꽃들의 그 묘한 부조화…. × × × 5월은 축제의 기간, 벌써 대부분의 대학들이 대동제를 치뤘고 한창 줄꼬기에 열중하는 이화인들의 모습에서, 방과후마다 공연을 열심히 준비하는 동아리인 들의 풍물소리에 이화 대동제의 벅찬 시작 또한 예감한다.

그러나 점점 개인화되어 이제는 공동체보다는 개인의 독창성을 중시하는 프로그램 중심으로 진행하게 되었다는 내용의 각 학교 대동제 관련기사들을 읽으면서, 흥미위주의 행사진행들을 보면서 1백10주년 이화 대동제 역시 낙관만 하기에는 섣부르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확실히, 그 옛날 가정관 홀을 가득 메웠다던 쌍쌍파티의 물결이나, 옥색 치마 적리에 청솔가지로 장식하고 시녀들을 잔뜩 거느린 오월의 여왕 등이 그 반여성성에 대한 선배들의 자체적 문제제기로 이제 옛날 학보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행사가 된 것은 대학인이 비판적 문제제기의 능력을 잊지 않고 있엇다는 것을 의미한다.

축제다운 축제를 치를 수 없을 정도로 독재정권 타도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았고 교정에 사복경찰이 상주했다던 80년대는 말할 것도 없이. 그러나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다.

그러한 선배들의 뜻을 제대로 이어받아 대동의 의미를 살리고 있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대학은 사회와 무관한 섬이 아니며 대동제 또한 그러하다.

이번 1백1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의 대동제는 올해만도 11명의 분신, 죽음의 의미를 잊게 하는 공허한 불꽃놀이 폭죽이기보다는 , 답답한 사회의 모순을 함성으로 표출하는 하나의 도전이 되어야 할 것이 아닌가. 대학들의 대동제 판이 집중적으로 벌어지던 지난 주 있었던 고 노수석군의 49재 집회, 동맹휴업 때보다 참가자들은 현저히 적었다.

차가운 빗속에서 분노로 울고 잇었던 그 때와 달리 따사로운 초여름 날씨 속에 그 동안 계속된 시험과 대동제로 열기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모습…. 그 무기력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 달라지지 않은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 윌는 이 축제의 기간에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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