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2월29일(목) 지난해 23개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종합평가인정제(대종평) 결과를 발표했다.

‘살아남은 대학만 지원하겠다’는 세계화 시대 정부의 교육정책에 발맞춰 그간 대학들은 앞다투어 발전계획을 추진해 왔고, 그 속에서 이화여대가 매우 우수한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됐으니 일단 본교는 대학끼리의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셈이다.

그러나 평가결과에 들뜨거나, 이제 7년동안 한시름 놓았다고 여기기엔 그간 실시된 대종평은 문제점들을 너무나 많이 안고 있다.

대종평의 평가기준이 각각 다른 특성을 가진 대학들을 평가하기에는 너무 획일적이고, 도서관 장서수·취업학생수·기자재 설비 등 정량평가가 위주라는 지적은 계속 제기돼 온 문제이다.

이와 더불어 민주적 절차를 중요하게 여겨야 할 대학운영에 대한 평가기준이 없다는 것은 대교협이 대학을 주체적인 인간과 자유로운 담론들을 형성하는 곳이 아닌, 취업위주의 기능인 양성소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게다가 이번에 평가받기로 한 18개 대학이 아무런 이유없이 제 2캠퍼스를 분리한 23개 대학으로 변경된 사실, 작년과 올해의 일관성 없는 결과 발표 등 대교협측의 모호한 태도는 대종평이 과연 학연과 각 대학들의 이해관계가 배제된 깨끗한 평가였는지 의문스럽게 한다.

이번 평가결과에 따라 정부는 우수한 대학에는 보상을, 미흡한 대학에는 지원을 할 것이라 밝히지만 교육재정 5%조차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한정된 떡’인 정부지원은 자연히 우수한 평가를 받은 대학에 몰릴 수 밖에 없다.

결국 정부는 교묘하지만 공개적으로 공교육의 책임을 각 대학에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학생들에게 돌아오는 것이‘경쟁력이 떨어지니 어쩔 수 없다’는 학교의 합리화 뿐이라는 것도 이러한 사실과 맥을 같이 한다.

물론 안일한 교육정책과 비리를 일삼던 대학들이 변화를 시도한 것은 일정부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종평으로 인해 학생관 철거가 미뤄지거나 보수공사때문에 강의에 차질을 빚기도 했던 것처럼, 주객이 전도되어 대종평이 실시된 경우도 있었다.

평등·공존이라는 말은 언제부터인가 경쟁이라는 말로 바뀌어 버렸다.

이제 대종평에서 배제되었던 학생들도, 생존에 급급해 달려갈 수 밖에 없었던 대학당국도,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자본의 논리를 직시하고 진정한 대학교육의 상을 정립할 수 있는 초석부터 만들어야 할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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