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뽑을만한 여성후보가 없어서 여성에게 투표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뽑을만한 여성후보’는 유권자가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이런 뜻을 가지고 여성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 1969년부터 39여년 동안 활동해 온 모임이 있다.

“실물보다 잘 나오게 찍어주세요”하며 멋적게 포즈를 취하는 조선형씨(58). 그가 바로 이 모임, 한국 여성유권자연맹의 회장이다.

막내가 돌지났을 무렵 뛰어든 사회생활, 그리고 정치계에서 첫배를 띄우는 여성들에게 힘찬 물결이 되어주고 싶어 시작한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일은 세월을 잊게 했고 어느새 그의 품에 손자 둘을 안겨주었다.

“책임이 크지요. 정치계가 여성에게는 불모지와 다름없고 개혁할 부분도 많으니까요”라며 신임회장이 된 소감을 이야기하는 조선형씨. 정치는 생활과 직결돼 있고, 여성은 그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지만 정책 결정과정엥서 의사를 반영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단다.

남성이었다면 털털하다며 호감을 느낄 행동이 여성정치가에겐 흠이 되는 사회. 타당 후보와 비교해 경쟁력이 없어 보이는 지역구에 여성을 공천하여 생색내는 정당. 조씨는“자질있는 많은 여성들이 사회가 씌운 굴레에 묶여 있어요. 이런 여성들에게 쥐어 줄 열쇠로 전국구 공천 50% 할당제를 여성단체와 연대하여 각 정당에 요구하고 있습니다”라고 활동내역을 설명한다.

출발선이 불공평한 사회에서 거리를 조절해 정당한 결과를 이끌어 내는 일이라며. 본교 영문과를 다니다가 결혼으로 중도에 그만둔 그는 여성에게 공부보다 결혼을 강요했던 시대를 살았음을 부끄러워하며“요새는 교육받은 여성들이 스스로 개척해야 할 분야를 힘들고 어렵다고 회피하더군요”란 말로 그나마 나아진 상황에 안주하는 후배들을 은근히 질책한다.

오늘도 TV에선 대처가 연설을 하고‘여성차별이 없는 사회’라는 문구가 화면을 채운다.

우리 사회는 진정 여성 정치가를 원하고 있는지, 그렇다면 누가 그런 여성을 만들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나오는 길에 사무실 입구에 붙여진‘여성의 참여, 선거의 개혁, 지역살림의 변화’라는 구호는 묻고 있었따.‘세상의 절반인 여성, 절반만큼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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