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는 자연대 학부제 실시를 발표한지 한달이 채 되지 않아 10월 24일(화)에 96학년도 신입생부터 공과대, 사범대, 음·미·체대를 제외한 모든 단대의 학부제 실시를 전격 발표했다.

이 학부제 실시방안은 10월초부터 각 처장들로 구성된 교무회의에서 논의되왔으나 전혀 학생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채 매스컴을 통해 처음으로 발표되었고 이러한 터뜨리기식 발표에 대해 학생들은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서울대를 시작으로 확산되고 있는 학부제는 다양한 학문체계를 접하게 하여 학문적 인식의 폭을 확대하고 적성에 맞지 않는 전공 선택에서 벗어나게 하는 등의 긍정적 취지에 제기되었으나 각 대학들이 사전에 전혀 준비없이 발표를 하고 있어 본래의 취지를 상실하고 있다.

오히려 복수전공, 교양과목의 강화 들을 통해 대학에서 다기능·다전공을 요하는 자본의 요구에 부합하는 일력 양성과, 도입실적에 따라 예산지원에 차등을 두겠다고 발표한 교육부 방침에 따라 서울대·연세대·서강대를 비롯, 앞을 다퉈 학부제 실시를 발표하고 있어 다른 학교와의 경쟁속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대학의 살아남기'에 다름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는 본교의 학부제 발표에 있어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학부제 전면실시 논의를 시작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단대학부로 신입생을 모집을 결정해 최소전공학점인정수, 커리큘럼의 조정과 복수전공 등으로 과도하게 몰린 과에 대한 대응책 마련 등이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학부제는 학부에서의 교양교육·통합교육을 강조함으로써 대학원에서는 전공공부를 심화하기 위한 대학원 강화방안이 기본적으로 선행되어야함에도 발표후에야 이러한 준비가 시작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해 재학생과 신입생 사이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 그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러한 예로 87년부터 학부제를 논의해온 몇개의 과를 하나의 학부로 모집한 서울대 공과대에서조차 커리큘럼 등 준비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각 과들이 전공과목을 필수로 내세우는 과이기주의로 인해 전공필수과목의 과중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지적된 바 있다.

철저한 사전준비와 함께 학부제 실시는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를 안고있다.

단대 하나로 신입생을 뽑게 됨에 따라 이제 과학생회가 존재가치를 상실하게 되고 이에 따른 학생자치활동의 위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에 당장 28대 학생회준비와 더불어 반학생회, 학년학생회, 학회 등의 소모임의 활성화 들 대안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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