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복동산 우선 발목부터 잡고 보자(?) 「우선 발목부터 잡은 후에 물귀신처럼 물고 늘어지기」 며칠전 김록호씨의 출국금지조치 소식을 드접하고, 이후 김씨의 자진출두에 의한 조사과정을 지켜보고 있자하니 그 막무가내식 수사방식에 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수사당국은 뚜렷한 증거도 없이 막연하게 , 「박노했L를 도와준 혐의 」로 김원장이 여러해동안 공들여 준비해온 유학의 길을 가로 막았다.

그간 김원장의 행적을 살펴보면, 수사당국의 출국금지조처가 다분히 「보복행위」로 느껴지기에 충분하다.

사당의원 원장이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서 활동하는 김씨는 88년 수은 중독 노동자 사망사건에서 최근의 원진레이온 문제에 이르기까지 산업보건 활동에 적극 참여하다가 노동부등 관계당국과 수시로 마찰을 빚어왔다고 한다.

더군다나 이번 유학도 산업재해와 직업볍에 관해 더욱 전문적인 공부를 하려는 목적으로 떠나던 길이었다니, 수사 당국에게는 김씨가 눈에 가시로 보였음직하다.

이렇고보니, 일단은 발목을 잡은후에 애당초 출국금지사유에 대한 혐의사실을 찾아내지 못하자 경찰은 다른 혐의라도 찾아내려고 땀을 뻘뻘흘리고 있다.

김씨의 그동안의 행적이 노동쟁의조정법에 위반되지 않는지와 또한 월간지에 김씨가 쓴 글의 이적성 여부까지 조사했다니 경찰의 그 수고(?)는 가히 알만하다.

심지어 김씨의 동생이 예비군훈련 면제신청용으로 받아 간 치질관련 진단서 발급경위에까지 수사를 확대했다니, 지나가는 사람 한명 잡아서 탈탈 털어 먼지 하나라도 나오면 잡아넣겠다는 얘기와 다름이 없다.

물론 수사상 편의를 위해서 때에따라서는 「출국금지 조처」가 필요할수 있다는 것은 이해 한다.

그러나 공안당국의 눈밖에난 재야 인사들의 발목을 묶는 수단으로 이요한다면, 그것은 명백하게 인군침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현재 법무부에 의해 출국이 금지된 사람이 모두 1천 7백 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인권탄압이 극에 달해 술집에서 정부에 대한 비판을 한마디만하더라도 곧장 붙잡혀 갔던 몇년전으로 시계바늘이 거꾸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수많은 양심수들들 자랑하며(?) 하루에 노동자 6명이 산업현장에서 숨지는 「산재왕국」이라는 오명과 함께 국제자유노조 총연맹이 발표한 「세계 10대 노동 탄압국」으로 당당히 지목된 공안당국. 그들이 그것을 개선하지는 못할망정, 그 산업재해로 쓰러져가는 노동자들에게 직업병 판정을 내린 의사마저 탄압한다면, 이같은 하늘아래에서 그들을 제외한 어느 누가 마음놓고 살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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