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수원의 한 중학교에서는 「새마을 어머니회」란 단체 소속 학부모들이 방학식 중에 연단에 오르던 여교사를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끌고 들어가 감금,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그 학부모들의 당찬(?)이유를 들어본즉 시국선언따위를 한 「빨갱이」의식화 교사에게는 금지옥엽인 자기 자식을 절대 맡길 수 없으니 그 여교사를 내 힘으로라도 학교에서 내쫓지 않고는 마음놓고 자식을 학교에 보낼 수 없다는 지극정성인 어머니의 마음이었다.

지난 5월의 강경대군 치사사건 이후 전국 5천여명의 교사들이「시국선언」을 했다.

수많은 제자들이 공권력에 의해 시대의 희생양이 되어 스러져가는 것을 침묵으로 지켜보기에는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정부는 교사들이 대한민국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표현의 자유」를 행사했음에도 불구하고 고고해야만(?)하는 교사들의 지위에 걸맞지 않는다고 해서, 또한 학생들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여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면서 선언철회 설득과 회유반성문 제출을 강요하다 자신들의 의지를 끝까지 지키려는 2백여명의 교사들에게 중징계 조치를 내렸다.

뿐만 아니라 지난 5월 서울 사대부고로 실습을 나갔던 교생들이 그들끼리 가졌던 조촐한 5.18기념식과 실습에 임하는 태도를 적은 「우리의 자세」라는 글을 실습록에 붙였다는 행동 자체만으로 선배 교사에 의해 교사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평가와 함께 실습학점 F를 받아야만 했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에 대한 열의와 신념을 가지고 교육에 임하려 했던 예비교사들은 역사의 올바론 면이 드러나기를 두려워하고 집권유지에 온 힘을 기울이는 정권에 의해 보상받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은 것이다.

다시한번 냉정히 생각해 보자. 우리의 가슴에 여전히 잊을 수 없는 스승으로 피어오르는 모습들은 영어단어 하나 수학공식 한개를 외우기 쉽게 우리에게 반복하여 가르치던 선생님들의 모습이었던가. 결코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다시 중학교로 돌아간다면, 또는 학부모가 된다 할지라고 자신의 의지를 꿋꿋이 지키는 선생님을 교단에서 몰아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 학부모들은 자신들의 행위로 인하여 자식의 가슴속에 어떤 앙금이 남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이는 어느 몰지각한 부모들의 잘못만은 아니다.

이러한 상황은 정권에 의한 역사적 시대적 유물인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악천후에도 흔들리지 않는 선생님들의 모습은 암흑기를 밝혀 줄 여명이 될 것이다.

이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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