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평화를 사랑하고 질서를 수호하는 나라이다.

평화와 질서를 절절히 사랑하는 만큼 폭력에 대해 뻐에 사무치는 적개심을 가지고 있다.

대통력각하를 비롯하여 행정관료와 재벌들, 국회의원, 심지어 언론인들도 이구동성으로 폭력에 대해 불타는 저주를 품고 계시다.

그런데 이나라에는 질서와 평화라는 국가안녕에 필수불가결한 고귀한 가치는 안중에도 없이 폭력을 숭상하는 몰지각한 무리들이 공존하고 있어 자유민주주의체제에 누를 끼치고 있다.

자나깨나 폭력만을 밥먹듯 일삼는 「불순폭력세력」인 학생이나 노동자들은 평화를 애호하는 대통령이나 재벌들의 슬픔과 근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정부는 폭력이 난무하는 현사태를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구국의 결단을 단호히 내렸다.

6.29정신을 변함없이 계속 추진해 온 것은 하늘이 다 아는 사실인데 여기에 대고 감히 살인폭력과 민생파탄의 주범운운하며 그렇지 않아도 평상시 교통에 큰 불편을 겪는 시민들은 염두에도 두지 않고 국민대회라는 폭력시위를 가두에서 벌이는 불순세력을 자신만큼이나 폭력을 너무너무 혐오하는 백골단을 투입하여 진압봉으로 무차별 구타하고, 어깨를 내려찍고 머리위로 올라가 짓밟고, 피야 흘리든 말든 질질끌고 가도록 지시했다.

이 아비규환속에서 한 여학생이 「아저씨, 때리지 말아요. 저 죽어요」라고 울부짖으며 죽어가는 동안 평화를 지나치게 사랑하는 경찰은 단지 사태를 평화스럽게 방관만하고 있었을 따름이다.

또한 평화를 보배처럼 소중히 하는 정부와 재벌은 「연대를 위한 대기업노조회의」라는 폭력스름해보이는 단체를 조직하여 제 3자 자격으로 임금인상투쟁의 불씨를 지피려 획책한 박창수 노조위원장을 감옥으로 보내고 잠시 안도의 미소조차 비폭력적으로 지었다.

그러나 미소띈 표정이 채 바뀌기도 전에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던 박위원장에겐 안기부의 손길이 닿았고 불순집단인 전노협 탈퇴의 종용이 비폭력적으로 이루어졌다.

이어 이유없는 그의 죽음이 뒤따랐고 영안실의 두터운 벽도 마다않고 뚫고 들어와 그의 주검이 보쌈된 후 강제부검이 실시되었으며 누구보다 질서와 평화애호세력임을 의심할 바 없는 검찰의 정황발표는 갈지자 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평화질서 결사수호세력에 반하는 자는 곧 좌경폭력이라는 단순논리에 굴하지 않는 대항세력이 버팀목이 되고 있어 이들의 앞길도 순탄하지 만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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