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무사히(?) 끝난 기초의회 선거는 확실히 공명선거였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미명에 걸맞지 않게 전체 국민의 외면속에서 실시된, 한마디로 「이름값」도 못하게 된 空名선거. 정부측은 『과열선거를 배제하여 선거후의 심각한 정치·사회적 후유증을 예방했다』고 제도언론까지 동원해가며 자화자찬하기에 바쁘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정부에 의해 「강제된 무관심」속에서 후보자들에 대한 구체적 정보없이 대담무쌍(?)하게 소중한 한표를 던져야 했다.

이는 호별 방문은 물론, 1∼2회에 걸친 합동연설회 이외에는 어떠한 집회도 용납되지 않아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에게서 격리되었기 때문이다.

이같이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空名선거의 모습은 그 결과에서도 여실히 증명되었다.

전체 기초의회의원의 1/5인 6백 14명이 찬반투표없이 무투표 당선되었고, 서울의 경우는 과반수도 안되는 42.3%의 투표율에 의해 그 지역의 「대표」가 뽑혔다.

꼴망파 두목이라도 경쟁자가 없고 금상첨화로 주민들이 관심까지 없다면 너끈히 지역의 대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번 선거는 입증해 준 것이다.

또한 정당배제를 그렇게도 강력히 주장했던 집권여당이 적집 나서서 후보사전 조정작업에다 재배치에까지 앞장서보는 이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으며, 「뇌물을 먹었다」「외압이 있었다」는 등의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렇듯 수서사건 무마를 위해 기습적으로 실시된 이번선거는 시기결정부터 투표까지 기습적으로 진행, 현란한 「정치쇼」를 보여주면서 정권에게 당선자의 74%가 친여성향이라는 성과물을 안겨주었다.

이런 속에서 「5공비리척결」「수서비리 규명」등을 외치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임을 자처하던 보수야당도 「표밭일구기」에만 정신없는 모습을 보여 국민을 더욱 실망시켰다.

물가폭등으로 날이 갈수록 가벼워져가는 시장바구니, 대우조선 노조간부 구속. 야당은 이런 민중생존권적 요구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지분 넓히기에만 혈안이 되었던 것이다.

요즘 다시 정부와 보수야당은 광역의회선거의 실시시기를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이 때 문득 한 친구의 자조적인 말이 떠오른다.

『결국엔「풀뽑기 민주주의」인데 우리가 이걸 위해 투표장에 가는 수고를 할 필요가 있나? 이번 기회에 아주 정권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해 보지. 결과는 뻔하지만 말이야.』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