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성원들이 한데 어우러져 「연극」을 통해 하나가 되는 공간이 있다.

밤깊은 가정관 소극장. 같은과 동료 연출자의 지휘에 따라 무대위를 오고가며 종종 대사를 잊어버리고 쑥스러운듯 웃기도 하는 이들은 국문과 극회원들로 4월 3일(수), 4일(목) 「매장된 아이」공연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에 여념이 없다.

이 연극에 배우겸 조연출로 활동하느라 며칠밤을 설쳤다는 맹렬(?)단원 이현정양(국문·3)/. 『「매장된 아이」는 대표적인 부조리극이죠. 이전의 부조리 극들이 혼란속에 무너져가는 사회를 폭로한데 비해 이작품은 그런 혼돈을 가정으로 축소해서 근친상간, 영아살해 등으로 빚어지는 가정의 비극을 다루고 있어요』상기된 얼굴로 작품을 설명하는 이양은 자신이 맡은 극중 역할에 대해 『브레들리라는 인물이예요. 가족들 위에서 힘으로 군림하려 하지만 그 역시 가정의 비극이 만들어낸 피해자죠』라고 밝힌다.

얼마전부터 활성화된 과 문화패 활동중 모범이 되고있는 국문과 극회는 1년에 두번씩 공연을 갖고 있으며 이번 봄공연은 신입생들에게 극회를 홍보하는데 큰목적이 있다고 한다.

『친구들이 극회를 통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면서 과에 대한 소속감을 갖게 되었고 선후배간의 친분을 쌓아가는 것이 소중하게 느껴졌어요』라며 극회를 자랑하는 이양은 겨울방학부터의 연습기간을 회상하며 『몇달을 하루동일 함께 생활하다보니 이젠 눈빛만 봐도 친구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어요. 사소한 일에 티격태격 다투기도 했지만 정도 많이 들었죠. 우리들의 땀의 결실이 무대위에 올려질 것을 기대하며 서로 격려하는 모습이 보기 좋죠?』라며 무대위 친구들을 흐뭇한 눈길로 바라본다.

『극속에 등장하는 폴력적 인물, 과거에 집착해서 현실을 도피하려는 인물들이 어지러운 현시대를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아 이 극에 대한 애착이 많이 가요. 전혀 희망이 없는것 같지만 작가는 미래에의 작은 희망을 제시함으로써 새출발을 하고 있어요』라며 이양은 「진실은 매장될 수 없으며 현실속에 살아있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번역극이라 소화시키기가 힘들었지만 「얼뜨기 흉내」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부지게 말하는 이양. 창밖엔 어둠이 가득하고 땀이 채 마르기도 전에 무대위로 뛰어가는 이양의 뒷모습으로 카랑카랑한 음성이 울려온다.

『자, 몸을 풀고 다시 시작합시다.

빈스, 자연스럽게 걸어나오세요.준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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