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의 죽음이 살아 부끄러운 우리에게 끝이 아니고 시작이기에 그대의 가시는 길에 눈물대신 투쟁의 맹세로 답합니다」 채광도 안되는 작업장, 낮은 형광등, 재봉틀소음, 먼지 자욱한 헝겁숲…장시간 노동, 저임금은 물론 이러한 기본적 인권조차 지켜지지 않는 노동현실 속에서 22세의 젊디 젊은 나이로 몸을 불살랐던 전태일열사. 이제 그가 이 땅의「노동해방」을 위해 그 밀알을 떨군지 20년이 지난13일, 고대 민주광장에는 20주기 추모집회 및 90년 노동자대회를 참여하고자 각 작업장에서 달려온 수 많은 노동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계속되는 당국의「전쟁선포」이후 온갖 매스컴 등을 통해 당국의 강력한 원천봉쇄방침과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하얗게 밤을 지새우며 현장을 지켰다.

또한 이제 전태일이 남겨준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며 외세에 의해 분열된 조국과 더 가진자에 의한 억압과 착취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단결의 몸짓을 더하고 있는 것이다.

그 날 그 현장에서 누구보다 많은 사람의 눈길을 끈 사람은 단연 전태일열사의 어머니 이소선여사였다.

전태일열사를 떠올릴 때 흔히 빛바랜 사진 속 자기 아들의 영정을 안고 오열하던 소박한, 아주 평범했던 한 어머니의 모습을 함께 떠올린다.

「배가 고파요」라고 말하며 임종을 맞았던 전태일열사의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그 어머니는 이 땅의 노동자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단지 아들의 죽음이었지만 전체 노동자들에게 닥친 노동 현실과 연결되었을 때 이제 한 개인의 슬픔으로만 접어둘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일까? 「우린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 아들이 몸바쳐 일했던 청계피복노조의 정당한 제 권리를 찾기 위한 일련의 작업 속에서…아들을 감옥에 보낸 이 땅의 수 많은 어머니들과 함께 또 다른「전태일」이 나오지 않는 세상을 일구는 일에 앞장서 온 전태일열사의 어머니. 이제 우리는 전태일열사, 노동형제의 영원한 어머니 이소선여사를 통해서 죽음이 아닌 생명의 광야로 나아가는 노동형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두려움없이 싸워나가리 어머니 해맑은 웃음의 그 날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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