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선배를 처음 본때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첫인상이 무척 강했다.

걸걸한 목소리로 잘 웃던 그는 학내 곳곳에서 자주 눈에 띄었다.

작년 여름「평양축전」사건을 계기로 구속, 집행유예를 선고받은후 교정에서 오랜만에 마주쳤을 때 그는 『구치소에서 임수경양을 만나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반갑게 인사했다.

그리고 얼마 후인 지난 6월, 그 선배는 임수경양선고공판에 방청객으로 갔다가 다시 구속되었고, 며칠전 「징역 8개월에 벌금20만원」을 선고받았다.

약 2분간의 선고공판이 끝난후에도 그는 시종일관 특유의 웃음을 잃지않았다고 한다.

그의 이름은 송록희. × × × 징역 20년20일을 살고 출감한 신영복씨는 자신의 여름징역살이에 대해「여름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합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37도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합니다」라고 쓰고 있다.

이를 통해 사회와 철저하게 격리된채 신체의 자유가 극도로 억압되어 있던는 재소자들의 생활단면을 알수있다.

교도소·구치소내 재소자들의 처우개선·인권유린 문제는 계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것이다.

최근들어 떠들석한 시국관련재소자들의 「도서차입 제한 철폐」요구에 대한 서울 구치소측의 집단폭행사건은교도행정의 비도덕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집단폭행은 「도서차입제한 철폐」라는 사한에 대해 1백여명의 재소자가 함께 모여논의하던 중 경비교도대원등 3뱍여명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재소자중 어떤사람은 박줄에 목이 묶인채 끌려갔으며, 자신의 안경을 깨뜨려 손목동맥을 끊었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재소자들은 코뼈가 부러지는 등 대부분 부상을 당했으나「징벌방」으로 끌려가「통닭구이」라는 벌은 받은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징벌방」에서 가족및 외부인접견·치료·세수·식수공급이 금지된 상태로 며칠을 지새우며 단식농성을 벌였다.

구치소에 있는 재소자들은 아직 재판을 통해 형을 확정받지 않았기에 일반시민처럼 대우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담장하나를 사이에 두고 사회적으로 보장된 인간으로서 누릴수 있는 모든권리를 쉽고 우습게 박탈당하는 처지에 놓인 재소자들은 읽고 싶은 책의 한줄을 위해 오늘도 투쟁하고 있다.

× × × 「올 여름이 유난히 더웠다」는 말이 서서히 꼬리를 감춰가는 지금, 무더운 밤 내내 칼잠을 자면서도 「기독교인의 양심에 따라 살겠다」고 최후진술을 한 선배의 모습을 떠올린다.

개인적으로 그리 친분이 두텁지는 못하지만 감히 그를 선배라 부르는 이유는 의 신념을 존경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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