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대해 많은 경험을 갖고 있었던 나는 지난 2월24일(월) 러시아의 울리야노브스크 국립대학(Ulyanovsk State University)에서 국제교류학 명예박사학위와 명예교수직을 받게 됐다.

뜻밖의 기회를 통해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체호프 등의 대문호들이 배출된 나라라는 것 이외에 별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던 ‘러시아’라는 나라를 새롭게 직접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러시아는 국제사회에 빠르게 개방되고 있었다.

항상 경직돼 있고 거의 웃음을 짓지 않는 행인들을 보며 공산주의의 잔재를 느꼈지만, 러시아 곳곳에서 눈에 띠는 한국산 화장품과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모스크바의 ‘맥도날드’를 보며 나는 러시아의 변화 정도를 가늠할 수 있었다.

또 러시아는 다른 서구 선진국가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풍부한 문화적 전통을 지니고 있었다.

볼쇼이극장에서 푸쉬킨의 작품을 극화했다는 ‘예브게니 오네긴’이라는 공연을 봤을 때, 나는 극의 화려함과 뛰어난 예술성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지금껏 뉴욕에서 수많은 공연들을 보아왔지만 이렇게 완벽한 무대장치와 아름다운 색감을 가진 작품은 본 적이 없었다.

이러한 자국의 아름다운 예술적 문화를 잘 활용한다면 러시아는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더욱 중요한 위치를 점유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명예박사학위를 수여받기 위해 방문한 울리야노브스크 국립대학에서 나는 이것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말 한 마디 통하지 않는 낯선 나라에 발을 디딘다는 막막함으로 잔뜩 얼어있던 내 마음을 단숨에 녹여준 것은, 기차역에서 날 기다리고 있던 부총장님과 민속의상을 입은 학생들이었다.

그들은 나를 따뜻하게 환대해주었고, 공식 행사 뒤에 마련된 만찬과 페스티벌에서 합창, 집시댄스 등 러시아 고유의 문화를 체험하게 해주었다.

이렇게 러시아에서의 즐거운 5박6일의 일정은 나에게 러시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해준 충분한 동기가 되었다.

국제화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곧 국제화라고 생각한다.

많은 이화인들도 러시아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들의 문화를 체험함으로써 국제화 시대의 전문여성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글을 끝맺기에 앞서, 이화인들에게 주는 팁 하나. 오는 8월, 울리야노브스크 대학은 미국, 독일의 유수한 대학들과 더불어 우리 학교를 초청해 학술·문화·예술 교류를 갖는 ‘썸머 인턴쉽’ 행사를 열 계획이다.

또 ‘러시아 문화 이해하기’라는 축제도 열릴 예정이니, 이 기회를 빌어 러시아 문화의 매력에 푹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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